배경 화면

리서치팀 매니저 G와의 회의에 들어갔는데 평소 그의 홈오피스 배경인 하얀 벽에 색색깔로 붙어있는 포스트잇이 (개인적으로 너무나 UX팀 다운 홈오피스의 모습이라고 생각 :) 아니라 봄빛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들과 맑게 갠 하늘이 보인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너 지금 어디 있냐고, 그 뒷배경 진짜냐고 물어야 했다. 재택근무가 본격화된 작년 초 화상회의 서비스에 배경 화면을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후로 개성에 따라 해변, 우주 공간, 너무나 그리운 오피스의 사진 등등 각양각색의 배경 화면 속에 등장한 이들을 보아왔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리고 이미지의 음영에 따라 배경 화면과 실제 사람 사이에 존재했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이 희미해져서 눈에 보이는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 G의 뒤로 보이는 배경은 그야말로 너무 자연스럽고 예뻐서 비현실적인 배경 화면 같았다. G가 유쾌하게 웃으면서 어제부터 날씨가 너무 좋은데 일하느라 집안에만 처박혀 있는 게 아쉬워서 베란다에 테이블을 놓고 일하기 시작했단다. 와이파이 신호가 살짝 약하기는 해도 크게 문제가 없고, 햇살 아래서 집 앞 공원의 녹음을 바라보며 일하는 게 너무 좋다고. Too good to be true. 베란다는 없지만 내 홈오피스도 양지바른 창가라 화면 속 G를 바라보고 있자니 내 창을 통해 스며오는 햇살의 따스함과 화면 속 푸르름이 어우러져 회의 시간 30분 남짓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애매한 느낌이었다. 기분 좋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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