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창고

프리다 겉과 속

퇴근토끼 2020. 10. 15. 17:03

재개장한 드 영 미술관에서 프리다 칼로전 (Frida Kahlo: Appearances Can Be Deceiving)을 하고 있는데 오늘 샌프란 도서관을 통해 도슨트의 온라인 아트 토크 라이브가 있었다. 프리다의 그림은 이번 전시회 제목이기도 한 작품 Appearances Can Be Deceiving이 보여주듯 그녀의 복잡한 삶과 고통이 전해지는 게 보기 힘들어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장밋빛 뺨이 발그레한, 따뜻하고 행복한 색채의 르누아르가 내 취향) 프리다 칼로라는 인간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봤는데 흥미로웠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이나 인상적이었던 점을 기록해본다.

 

  • 사진가인 아버지가 찍어준 초상 속 프리다의 강렬한 눈빛은 그녀가 그린 자화상에도 그대로 투영.
  • 소아마비로 인해 왼쪽 다리에 비해 더 가늘고 짧아진 오른쪽 다리를 늘 가리고 싶어 했고, 장애로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받았던 아픔을 말괄량이 같은 행동으로 보상했던 것이 어른이 되어서도 장난기 많고 활달한 성격으로 이어졌다는 것.
  • 대학에 진학해 의사가 되기를 꿈꿨던 십대 시절 교통사고를 당한 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
  • 대외적인 이미지(타인의 시선을 즐기고, 늘 쾌활하고 행복한 모습)나 옷차림(다리 끝까지 길게 내려오는 티후아나 지방의 민속의상 치마)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가리기 위한 것들이었지만, 그녀의 그림은 그녀의 몸과 마음의 현실을 드러냈다는 것.
  • 프리다의 자화상 속 신체적 장애와 섹슈얼리티의 공존. 
  • 프리다의 첫 해외여행은 남편 디에고가 벽화 작업을 위해 샌프란에 갔을 때 동행했던 것. 프리다는 샌프란을 사랑했고 특히 차이나타운을 좋아했다고. 1년여간의 이혼 기간 후 디에고와 재결합했을 때 식을 올린 곳도 샌프란. (샌프란이라는 연결점으로 왠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를 사랑한 프리다) 

 

나와는 너무 다른 그녀지만, 오늘의 아트 토크를 들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이 있었다.

 

  • 그림이 개인적인 것이라는 것: 프리다에게 그림이란 항상 그녀의 현실을 반영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었고, 이혼했던 기간 중에 돈을 벌기 위해 처음으로 그림을 파는 것을 고려했다고 한다. 나에게 이 공간에서의 글쓰기란 굉장히 개인적인 것이라 장르는 다르지만 공감이 갔다. 개인적인 글쓰기이지만 일기장에 쓰지 않고 공개된 블로그에 쓰는 것은 내 경험과 느낌을 프로세스 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남에게 설명하듯 내가 나에게 설명하면서 머릿속에 애매하게 있던 부분을 구체화해나가는 것. 그리고 생존 신고.
  • 옷의 중요성: 프리다는 옷을 자신의 캐릭터를 바꾸거나 표현하는데 활용했다고 한다. 그 느낌 너무 잘 안다. 나도 기분에 따라 의도에 따라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옷차림을 하기도 하고 그때마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