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오피스 리뉴얼
지난 3월, 재택근무가 시작되었을 때 처음 했던 건 식탁을 홈오피스로 꾸미는 거였다. 서재 공간에 책상이 있기는 하지만 두 뼘 남짓의 작은 창문이 하나 있는, 햇빛이 별로 들지 않는 곳이라 남향의 창가에 있는 식탁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원형의 식탁 위에 랩탑, 모니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올리니 오피스에서 쓰던 책상의 1/2도 안 되는 공간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식탁이 오피스로 변해서 식사는 대신 키친 카운터에서 하는데 업무 공간과 개인 공간이 몇 미터라도 떨어져 있는 그 느낌이 좋다. 아무튼 그렇게 홈 오피스를 꾸리고 큰 불편함 없이 몇 달을 지내고 있었는데... 이번 주 한 회의에서 오랜만에 만난 마케팅 담당자가 화면 속에서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었다. 원래 미인이기는 한데 평소보다 더 예뻐 보여서 예쁘다고 나도 한 마디, 다른 동료도 한 마디 했더니 이 친구가 화면에 비친 자기 모습이 너무 어두운 거 같아서 오늘 막 컴퓨터 옆에 스탠드를 하나 설치했다는 거다. 농담 반으로 대체 그 스탠드는 무슨 스탠드냐고 물어보려다가 얼마 전에 사내의 잡담 그룹 메일에 돌았던 기사 하나가 생각이 났다. 언뜻 제목만 보고 제대로 읽지는 않았는데 톰 포드가 알려주는 화면발 잘 받는 법 뭐 그런 기사였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메일함을 다시 뒤져보니 나왔다. How to Look Good on Camera, According to Tom Ford. 요지는 더 예쁘다고 생각되는 얼굴 쪽으로 조명을 컴퓨터 카메라 옆에 설치하고 얼굴에 분칠 많이 하라는 것. (기사가 짤막한 데다 일러스트가 귀여우니 직접 확인하는 것을 추천) 디자이너이자 영화감독인 톰 포드. 솔직히 디자이너로서의 톰 포드 작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의 영화 싱글맨과 녹터널 애니멀스의 영상미에는 푹 빠졌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로 홈오피스를 리뉴얼했다. 리뉴얼이라고 해봤자 컴퓨터 위치를 조정하고, 서재 책상에 있던 스탠드를 가져와 왼쪽에 배치한 것 정도. 아 그리고 녹음용 마이크를 회의에서도 활용하려고 드디어 연결했다. 이렇게 하고 보니 드디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일요일 밤은 늘 월요일을 맞이하는 게 싫었는데 오늘만큼은 월요일이 오는 게 기대되는 단순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