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표정 관리

퇴근토끼 2020. 10. 24. 17:37

‘전원 화상회의'에서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생각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사람들의 집을 살짝 엿보는 것과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것이다. 뒷 배경에 비치는 생활감이 그 사람에 대한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로웠는데 요즘에는 화상회의용 서비스들이 배경을 블러 처리하거나 원하는 이미지로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서 그 재미가 예전만 못하다. 그래서 더 후자에서 재미를 찾는다. 회의실에서 회의를 할 때는 다들 랩탑을 앞에 두고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어서 말하는 사람을 종종 쳐다보기는 해도 보통 눈앞의 화면을 보는 데다 회의실 전체를 둘러보는 일은 흔치 않은데, ‘전원 화상회의'에서는 눈 앞에 있는 13인치 화면 속에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오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눈 앞의 화면에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는 일이 흔치 않지. 그러다 보니 말하는 사람을 보면서 곁눈질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눈에 띄게 못마땅한 표정, 듣고는 있나 싶은 심드렁한 표정, 별로 중요한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재차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사람을 지지하는듯한 표정,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표정 등등. 말보다 더 많은 정보가 숨어있다. 나도 남의 화면 속에서는 표정의 하나일 거고, 나처럼 화면 속 표정들을 관찰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 표정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화면 속에 내 모습도 표시되도록 설정해서 화상회의 중에 종종 거울 보듯 내 표정이 떠오른 네모를 확인하고는 한다. 거울 보는 걸 좋아해서 가끔은 나도 모르게 관찰은 그만두고 내가 든 네모 속에서 이런 표정 저런 표정 지어보는데 정신이 1퍼센트 정도 팔리기도 하지만. 화면 속 늘어난 정보량뿐만 아니라 표정 관리하는 데 드는 에너지도 화상회의가 주는 피로감을 더하는데 그런 와중에도 평소 내가 존경해왔던 팀의 리더들은 거의 하루 종일 회의만 하고 있을 게 뻔한데도 표정 관리를 잘해서 역시 그 자리에 있는 이유가 있구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도 내 표정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