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그러고 보니 어느새 미국에 건너온 지 4년이 지났다. 일본에서는 같은 시기에 건너간 룸메 언니와 매년 기념일 챙겼는데 미국에 와서는 딱히 같이 챙길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가끔 누가 미국 온 지 얼마나 되었냐고 물어볼 때나 세어서 기억했지 별로 의식하지는 않았다. 4년이 지났구나 하고 확실히 의식하는 건 아마도 대선이 다가와서 일거다. 오바마 정권의 끝자락을 약간 경험하고 정신이 다 혼미해지는 카오스를 맞이했다. 4년 전 개표 방송이 한창일 때 이웃에서 들려온 비명 소리(월드컵에서 골 먹을 때 나오는 소리 비슷한 것)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정치에는 워낙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사는 나라와 내 나라에서 동시에 빵빵 터뜨려줘서 그때부터 일종의 의무감을 가지고 정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난 4년 동안 내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당장 생각나는 건 3번의 이사 끝에 보금자리를 찾은 것, 2번의 승진, 그리고 1번의 날치기(당시 살던 집 코 앞 주유소에서 주유 중에 있었던 일)와 1번의 교통사고(크리스마스이브의 비극)를 당했던 것. (뒤의 두 사건만으로도 도쿄에서 살았던 7년보다 훨씬 다사다난했다. 그리고 나는 운전 트라우마가 생겨서 장롱면허로.) 당연히 이 한 줄로 다 요약할 수 없는 많은 일을 겪었고, 4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다. 다정하지만 자기 방어능력이 한없이 제로에 가까웠던 순진한 사람에서 조금 까칠해졌을지는 몰라도 자기 방어의 기본 개념은 탑재하게 되었으니 진화라고 보자. 4년 동안 변하지 않은 건 매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내가 샌프란에 있다는 게 꿈만 같이 행복한 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