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창고

오늘의 농담

퇴근토끼 2021. 1. 8. 18:47

어제는 심야 토크쇼 진행자들도 충격이 가시지 않아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농담도 절제하는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다들 어느 정도 프로세스할 시간을 가져서인지 고춧가루 팍팍 뿌린 촌철살인 농담들이 쏟아져 나왔다. 평소에는 트레버 노아, 스티븐 콜베어, 세스 마이어스를 위주로 보는데 어제오늘은 다들 뭐라고 할지 궁금해서 지미 키멜, 지미 팰런, 제임스 코든까지 모놀로그를 다 챙겨봤다. 웃음을 매개로 우울한 현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게 하는 유머의 힘은 정말 놀랍다. 재치 있는 농담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내가 회사원이라 그런지 더 와 닿았던 지미 팰런의 어제 사태 이후 이어진 T모 내각의 사직 행렬 비꼬기. "2주도 안 남긴 시점에서 사직하는 건 어떤 도덕적 기준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러시아워가 시작되기 전에 일찍 나온 것 같은 거다. 궁금한 건 2주도 안 남았을 때 어떻게 사직서(미국은 2주 전 통지가 일반적)를 내냐는 것." 이에 대해 제임스 코든은 "노동시장에 복귀하려면 링크드인이 T모 내각을 차단하기 전에 관두는 게 당연하다."라고. 그래, 그래도 이 지경에 이르러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인간들이나 여전히 헛짓하고 있는 인간들보다는 낫다. 지난 4년 동안 백악관에 웬 정신 나간 인간이 들어가 있어서 심야 토크쇼에서 주옥같은 농담이 참 많이 나왔는데 백악관 관련된 농담은 이제 좀 그만 듣고 싶다. 고작 며칠 차이일지라도 T모의 지랄발광쇼 시즌 4의 조기 종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그게 아니라도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바랄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