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프라이데이
금요일 회의를 시작할 때는 늘 "해피 프라이데이!"라는 인사로 시작한다. 그야말로 TGIF, Thank God it's Friday인 것이다. 몇 시간만 버티면 주말이 찾아온다는 기대감, 그리고 무탈하게 주말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일종의 주문. 여느 때처럼 같은 주문으로 회의를 시작했지만, 매번 이틀 전에 벌어진 기가 막힌 일 때문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우리가 참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공감으로 이어지는 흐름 때문에 평소보다 공기가 묵직했다. 이번 주는 점심시간마다 회사 사람이 새해맞이 기획으로 진행한 명상 강의를 들었다. 본인의 요가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한 강의인데 어제까지의 내용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은 적이 있는 이야기였지만 오늘은 'anonymous spiritual donation (익명의 영적 기부)'라는 새로운 개념을 배웠다. 문자 그대로 누군가에게 영적인 기부를 남모르게 한다는 의미인데 명상을 할 때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을 생각하면서 그 사람이 지금 삶에 있어 필요로 하는 영적인 무언가 (예를 들어 평화)를 내 마음으로부터 보내는 것이다. 크리스천으로서 익숙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고 생각되는 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는 내가 그걸 가지고 있지 않아도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를 '기도'할 수 있지만, '영적 기부'를 하려면 내가 그걸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서 나도 내 마음 속에 그것을 만들어내게 된다는 부분이다. 익명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영적 기부를 한 사람은 그 사실을 모르겠지만 좋은 에너지를 보내기 위해 생성하니 내게 좋고, 그 에너지가 너에게 도달해서 네게도 좋겠지. 뭐 적어도 '기부'를 할 때 얻는 좋은 일을 했다는 충족감에 다시 한번 내게 좋겠지. 집단 명상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이 아이디어가 참 따뜻하고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심호흡을 반복하며 만든 작은 마음의 평화를 기부하는 해피 프라이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