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 by Bird (2) 시작하기
한 달 동안 매일 쓰는 독서 일기 - 둘째 날
앤 라모트의 Bird by Bird (번역서: 쓰기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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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를 어떻게 찾느냐, 에이전트를 통하지 않고 바로 출판사에 연락할 수는 없느냐 등등 첫 수업부터 글쓰기 자체보다 출판에 질문하는 학생들에 대한 앤의 답변은 일단은 써라. 어떻게 쓰냐는 질문에는 먼저 앉아라라고.
"All I know is that if I sit there long enough, something will happen."
베스트셀러 작가든 글쓰기 초심자든 누구든 결국 글 쓰는 과정 자체는 마찬가지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평등의 극치이다.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 쓴다고 폼 잡고 앉아서 무의식을 훈련시키라는 앤의 조언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은 한 달 동안 매일 답하는 문답을 마친 내가 간증할 수 있다. 그래도 한 달 했다고 이제는 퇴근하고 나면 저녁 먹고 글쓰기로 넘어가는 흐름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앤이 묘사한 것처럼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집중하기 전에 천장보고 멍 때리거나 딴청 피우는 그 흐름까지도) 다만 나는 책상 앞에 각 잡고 앉아 쓰는 버릇이 아니라 거실 소파에 비스듬하게 기대어서 허벅지에 올린 노트북 키보드를 타닥타닥하는 버릇이 들어서 그다지 아름다운 풍경은 아닐 건데 뭐 그럼 또 어때.
앤은 좋은 글이란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일단 어린 시절 이야기를 생각나는대로 다 적어보라고 한다. 너무 아득하게 멀어서 대체 뭘 적을 수 있을까 했는데 조금 시간을 들여 되돌아보니 생각보다 기억의 파편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게 보인다. 초등학교 하굣길에 세븐일레븐에 들러서 슬러시를 사 먹던 게 그 당시 누린 사치였다든지 중학교 때 바이올린 선생님한테 몇 달을 졸라서 받아낸 슬램덩크 배지라든지 소소한 에피소드들.
"Writing can give you what having a baby can give you: it can get you to start paying attention, can help you soften, can wake you up."
글쓰기가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는 건 앤이 아버지에게서부터 배운 것으로 서문에서부터 이 첫 장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아기에 비유한 이 표현이 재미있다. 애를 낳아본 적이 없지만 상식으로 납득. 글쓰는 엄마들은 이 문장이 다른 의미에서 더 다가오려나.
"The good news is that some days it feels like you just have to keep getting out of your own way so that whatever it is that wants to be written can use you to write it."
이건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느낌? 이야기가 먼저 존재하고 그 이야기가 나를 이용해서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나는 그저 계속 써야한다는 느낌. 알듯 모를 듯.
언급된 작가, 책과 영화
- 플래너리 오코너
- 필립 로페이트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