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창고
수박 고르기
퇴근토끼
2021. 7. 18. 15:06
최근 사귄 친구 D가 스탠드업 코미디를 한다고 해서 공연을 보러 갔다. 한 시간 공연에서 마지막 순서로 나온 D가 가장 마지막에 수박에 관한 농담을 던졌다. 다른 친구를 통해 처음 만났던 피크닉에 대형 타파웨어 한 통 가득 수박을 싸온 친구라 이 친구 입에서 '수박'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부터 다른 농담들도 웃겼지만 이게 분명 알짜배기다 싶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이야기인즉슨,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수박을 고를 때 심혈을 기울여 하나하나 다 두드려보는데 손목이 아플 때까지 몇십 개를 두드려봐도 그 소리가 그 소리인 것 같고 알 수가 없어서 결국은 적당히 하나 골라 속이 썩지 않은, 맛 좋은 수박이길 빌며 사서 돌아온다는 거다. 농담과 상관없이 수박 박사의 수박 고르기 팁이라도 배울 수 있을까 싶어 기대하다 실망하기 직전에 이 친구가 예상치 못한 변화구를 던졌다. 수박 고르기나 온라인 데이팅이나 마찬가지라고.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프로필을 계속 스와이핑 해보지만 그놈이 그놈인 것 같고 얻어걸린 (*매칭 된) 남자가 속이 썩은 게 아니길 바라며 만나보는 거지. 지난번 피크닉에서 나의 온라인 데이팅 라이프에 대해 살짝 이야기했던 적이 있어서 곰돌이 같은 남자가 좋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서 공연 끝나고 나서 D가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 문자에 덧붙여 요즘의 '곰돌이 사정'이 어떤지 물어왔다. 뭐 나도 손목 뽀사질 때까지 계속 두드리고 있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