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Bird by Bird (19) 질투

퇴근토끼 2020. 8. 25. 16:03

한 달 동안 매일 쓰는 독서 일기 - 열아홉째 날 
앤 라모트Bird by Bird (번역서: 쓰기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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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lousy is one of the occupational hazards of being a writer, and the most degrading. And I, who have been the Leona Helmsley of jealousy, have come to believe that the only things that help ease or transform it are (a) getting older, (b) talking about it until the fever breaks, and (c) using it as material. Also, someone somewhere along the line is going to be able to make you start laughing about it, and then you will be on your way home."

 

작가만이 아니라 질투라는 건 인간적인 감정이고 나처럼 한국식 줄 세우기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에게 남과의 비교란 체화된 나쁜 버릇이라, 남과 비교하고 남이 나보다 우위에 있거나 내가 원하지만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을 경우 질투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작년에 같이 일했던 상담 선생님한테 질투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선생님이 "Comparison is the theif of joy"라는 인용구를 알려줬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고, 그것에 감사하라는 의미에서. 납득이 가는 이야기이라 나도 모르게 남이랑 비교하고 내가 자초한 불쾌한 감정에 고통받을 때면 갖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고통은 받았고, 계속 고통받을 것인지 거기서 멈출 것인지의 문제인 거다. 아직 그 전 단계로 끌어올리지를 못했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아주아주 어린 시절 나는 골목대장으로 '다 내 꺼야'하는 욕심쟁이였다고 한다. 유치원 다니던 때쯤 어느 순간 갑자기 (대체 뭐였을까? 언니가 되었을 때?) 조숙해져서 조용한 성격으로 변했고, 그와 함께 사회적 학습 등등을 통해 점점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달라고 표현하기 어려워져서 이 나이에 원하는 걸 원한다고 달라고 하는 걸 다시 배우고 있는 거다. (Nice girls don't ask) 비교 대상도 없고 있어도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질투심이 강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줄 세우기 또 나왔다 :) 어린 시절의 욕심쟁이는 내 속에 그대로 있지만 어른인 나는 잘 표현하지 못하고 그 연장선 상에서 결과적으로 원하는 걸 손에 넣지 못해서 그 갭이 내 질투심에 불을 지피는 게 아닌가 싶다. 작년 여름 이후 나는 많이 변한 데다 근 5개월간 혼자 도 닦는 생활이 지속되면서 자족감이 커진 덕에 전보다 덜하기는 한데 없어지지는 않았다. 사람이니 죽는 그날까지 이런 감정 자체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 그래서 질투에 대해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장을 읽은 거다! 

 

"My therapist said that jealousy is a secondary emotion, that is born out of feeling excluded and deprived, and that if I worked on those age-old feelings, I would probably break through the jealousy. I tried to get her to give me a prescription for Prozac, but she said that this other writer was in my life to help me heal my past. (...) She said to go ahead and feel the feelings. I did. They felt like shit." 

 

혼자 실실거리며 읽었던 부분. 앤의 이런 유머 감각이 참 좋다. 앤의 상담 선생님이 질투란 이차적인 감정이고 소외감이나 결핍감에서 파생되는 것이니 그 일차적인 감정을 들여다보면 치유될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이게 바로 내가 써보고 싶었던 글. 그 일차적 감정이 뭔지 아직 뿌옇게 안 보이니까. 그런데 들여다보기가 겁나서 (앤이 말한 것처럼 기분 더러울 거 같아서) 아직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안 쓰면 안 되겠다고 막 흘러나오는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