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Bird by Bird (22) 글쓰기 모임

퇴근토끼 2020. 8. 28. 15:12

한 달 동안 매일 쓰는 독서 일기 - 스물 둘째 날 
앤 라모트Bird by Bird (번역서: 쓰기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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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people are patronizing him. He's not going to get better if people don't tell the truth," she wailed. "But what you think is the truth is just your opinion." (...) I told the young woman, in front of the class, that it had taken guts to say what she had said. Later she sought me out and asked if I thought she was a monster. I told her I thought she'd been very honest, and that this was totally commendable, but that you don't always have to chop with the sword of truth. You can point with it, too."

 

앤의 글쓰기 교실에서 누가 들어도 엉망인 것 같은 글을 발표한 남학생에 대해 다른 학생들과 앤이 잘한 점에 대해 칭찬해주고 격려해주자 한 여학생이 이 글을 못 쓴 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 뿐인지 대담하게 문제 제기를 했다. 발표자도, 문제 제기자도, 나머지 학생들도 모두가 앤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주목하는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앤은 작가 지망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관심이며 이는 정직하지만 그렇다고 폭력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현명하게 대응했다. 앤이 수업 후 개인적으로 찾아온 여학생에게 진실의 칼로 꼭 베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가리키기만 할 수도 있다고 한 말(위 인용 원문)이 인상적이었다. 

 

작년 봄에 도서관에서 4주 과정으로 열린 글쓰기 강좌에 참가했었다. 출판을 원하는 작가 지망생을 주 대상으로 (나는 출판이란 아득한 꿈만 같고, 출판을 위한 글쓰기는 뭐가 다른지 들어나 보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 출판 경험이 풍부한 작가가 출판 과정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며 매주 참가자가 자신의 글을 발표하고 그룹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식의 강좌였다. 비평 시에는 선생님이 정한 룰을 따라야 했는데 그 룰이란, 첫째, 비평하는 사람은 발표자의 글에서 잘 된 점과 개선할 점에 대해 말한다. 둘째, 발표자는 비평에 대해 논박을 할 수 없고, '고맙다'라고 답해야 한다. 셋째, 비평 내용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발표자 개인의 선택 사항이다. 내게 이 룰은 그야말로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명쾌한 것이었는데 여섯 명 남짓한 참가자들이 다 그렇게 받아들인 건 아니라서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된 적이 몇 번 있었다. 

 

피드백이란 사실 상당히 에너지 소모가 큰 정신 활동이다. 그저 마음에 안 드니 욕해주자 하는 게 아니라 의미 있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해주려면 더 집중해서 관찰해야 하고, 개선 의견과 그 근거에 대해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고, 피드백을 받는 사람의 감정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그만큼 노력이 많이 드는 행위이다 보니 피드백은 선물이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내 글을 찬찬히 읽고 독자로서 내 글이 어떤 점에서 통하는지 혹은 안 통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주는 사람은 항상 고맙다. 

 

실은 나도 앤이 이 장에서 조언한 것처럼 글쓰기 강좌에 함께 참가했던 사람들과 같이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었다. 참가자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냈지만 결국 나까지 세 명이 그룹을 이루었다. 한 달에 한 번 멤버 중 한 명의 집에 모여 1시간 반 동안 글쓰기 관련 도구나 출판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글을 비평하는 식으로 대여섯 번 모임을 가지다가 작년 가을에 내가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느라 퇴근 후 시간을 모두 요가 수업에 반납해야 했던 바람에 일시 중단 후 겨울에는 각자 개인 사정으로 겨울방학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가 발생해서 글쓰기 모임은 잠정 중단. 오프라인 모임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상황이니 온라인으로 재개하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현상 유지 중인 가장 큰 이유는 모임의 총무인 내가 움직이지 않아서인데 내 사정은 세 명 멤버 중 한 명이 바로 글쓰기 교실의 비평 룰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이라는데 있다. 좋은 사람인데 비평 시간에는 참 어렵다. 다른 한 사람이랑은 죽이 잘 맞아서 부인과도 친구가 되었고 지금도 종종 안부 메일을 주고받는다. 

 

They all look a lot less slick and cool than they did when they were in my class, because helping each other has made their hearts get bigger. A big heart is both clunky and a delicate thing; it doesn't protect itself and it doesn't hide. It stands out, like a baby's fontanel, where you can see the soul pulse through. You can see this pulse in them now. (...) They are better writers and better people because of their work with each other. Almost always at least one of them is well and be able to help, while someone else is always on the verge of giving up and dropping out of the group. But so far they have been able to talk one another into sticking it out. 

 

이 심장의 비유가 의미심장하다. 서로 도우면서 꼭 각자가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로가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