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창고

클루리스 게이머

퇴근토끼 2020. 10. 6. 15:55

바다 건너서 드디어 닌텐도 스위치가 왔다! 게이머도 아니고 콘솔 게임기를 손에 넣은 건 처음이라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설치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설치 자체는 쉽네. 한때 업으로 사용자 가이드라인 쓰는 일을 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꽤 예민한데 화면에 표시되는 가이드가 따라 하기 쉽게 되어있는 건 가산점이 높다. 설치를 마치고, 마리오 카트 게임 카드를 넣었는데 바로 여기부터 난관이... 게임을 시작하려면 RL버튼을 누르라는데 어딨어ㅋㅋㅋㅋㅋ 이것저것 있는 버튼 다 누르다가 얼떨결에 시작은 했는데 어느 버튼이 뭘 하는 건지 알아야지. 되는대로 누르다 보니 가기는 가는데 갓길로 신나게 달리고 있는 나의 노랑 멍뭉이 캐릭터.

 

옛날옛적 랩에서 연구용 도로 주행 시뮬레이터를 피험자로서 써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연구자가 나에게 평소 운전하듯이, 게임하듯이 (해본 적 없는디) 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때도 나는 도대체 컨트롤을 못해서 똑바로 못 가고 좌충우돌 난리였던 게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연구자도 곤란한 듯 억지 미소를 지으며 할 말을 잃었었지. 너무 비현실적으로 운전을 못해서 쓸모없는 피험자... 이걸봐도 저걸봐도 세 번의 실기 도전 끝에 마지막에 성공해서 모처럼 딴 미국 면허증도 한국 면허증마냥 장롱 속에 곱게 모셔둔 건 역시 나 자신과 인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어.

 

그렇게 난 길 안난 길 안 가리고 도대체 몇 바퀴를 돌고 돌았는지 모르겠는데 어째저째 결승점을 통과했더니 왜 1등이야ㅋㅋㅋㅋㅋ 원래 1인 플레이 설정이 이렇게 되어있는 건지 뭔지, 어쨌든 순위를 보여주고 끝이 아니라 레이스 하이라이트 영상을 배경으로 보여주는데 이거야말로 내 마리오 카트 첫 체험의 하이라이트다. 주행 중에는 뒷모습밖에 안 보여서 몰랐는데 나의 노컨트롤 때문에 갓길로 이것저것 다 받으면서 질주했던 노랑 멍뭉이가 그 와중에 방실방실 꽃미소를 띄우고 달리고 있었던 거다. 꽃미소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꽃이 날려. 완전히 사이코 드라마ㅋㅋㅋㅋㅋ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막 해봤던 스위치. 게임 못할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못해서 그게 너무 웃겨서 혼자 낄낄거리는 그런 월요일 밤. 

 

P.S. 코난의 클루리스 게이머는 코난 팬임에도 게임에 관심이 없어서 안 보다가 이제 와서 찾아봤는데 코난이 스위치로 격투 게임을 한 편이랑 Wii로 마리오 카트를 한 편이 있네. 둘 다 게임을 떠나 다른 차원에서 너무 웃기다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