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회의 초대장

퇴근토끼 2020. 10. 12. 17:36

또다시 월요일이 돌아왔구나. 안 자고 버티면 월요일이 안 오는 것도 아닌데 이미 0시를 훌쩍 지난 지금까지 이미 흘러간 일요일 밤의 끝자락을 붙들고 버티고 있다.

 

캘린더의 내일(이랄까 오늘) 일정을 살펴보는데 회의 여섯 개중 내가 잡은 것이 한 개도 없다.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다 보면 다른 부서 사람들과 회의를 잡는 게 일이라서 내가 잡은 회의로만 하루가 꽉 찬 날은 드물지 않은데 이렇게 남의 회의로만 꽉 찬 날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여섯 개 중 하나는 내가 최근에 자원한 사내 봉사 활동 관련 안내라서 업무 상 회의는 나머지 다섯 개. 미리 캘린더 초대장을 받았을 때 다 간다고는 해둔 회의들이기는 한데 이제 와서 회의 제목만으로는 안건이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심지어 ‘Intro meeting’이라는 것도 잡혀있는데 대체 무슨 소개지? 하나하나 캘린더에서 들추어보는데 주최자가 용건이 뭔지 제대로 적어둔 회의가 어째 한 개도 없다. 참석자 면면을 보고 내 기억을 더듬어야 하는 상황. 그나마 회의 제목에서 주제가 뭔지 정도는 밝히고 본문에 문서 링크를 추가해둔 회의가 하나 있기는 한데 이 회의도 구체적으로 뭘 논의하자는 건지는 알 수가 없다.

 

회의를 잡을 때에는 회의의 목적과 안건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기재해야 초대장을 받은 사람이 참석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다. 별도의 이메일이나 채팅으로 먼저 이야기한 후에 초대장을 보낼 때는 별다른 기재 없이 보내는 경우도 꽤 보는데 나처럼 금붕어 기억력을 가진 사람한테는 힘드니까 귀찮더라도 최소한 미리 이야기했던 내용을 복사 붙여넣기라도 해서 보내는 게 좋다. 참가자들이 회의의 목적과 안건을 미리 숙지하고 오는 회의의 효율성은 남다르다. 참가자들이 회의 개요를 제대로 안 읽고 온다고 해도 주최자 입장에서 이미 그 회의의 로드맵을 그려둔 셈이니 회의를 시작할 때 참가자들을 더 쉽고 빠르게 워밍업 시키고 회의를 더 효율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 

 

월요일 벽두부터 혼자 듣는 사람 없는 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