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중심의 프로세스
형님으로 모시는 프로덕트 매니저 M과 격주로 가지는 1:1 (공식 회의명 Zen time: M과 이야기하다 보면 앗! 하고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많아서 내가 붙인 애칭)에서 내가 디자인 중인 새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기존 프로세스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의 피드백을 받는 식으로 꽤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는데 결론적으로 마지막에 그가 해준 조언이 핵심을 찌르고 있어서 기억하는 차원에서 기록해둔다.
‘프로세스를 만들 때도 제품을 만들 때처럼 접근하라.’
사용자가 누구이며 사용자의 어떤 필요에 응하기 위해 이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인지를 잊지 말고, 프로세스 최적화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해야 하지 프로세스를 만드는 사람 혹은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사람 중심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은 같이 일하는 프로젝트 내에서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최적화되어버린 사례가 있어서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나도 너무나 잘 알고 새삼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다 보면 카오스를 교통정리하기 위해 투입되어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대개 반응은 두 가지인데 카오스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이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지 왜 귀찮게 일을 더 만드냐고 불평하는 경우, 덕분에 드디어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며 고마워하는 경우이다. 가뜩이나 카오스인 상황에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새로운 문제를 더하지 않으려면 해결하려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고 이는 이해관계자의 필요를 잘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M의 조언을 되새기면서 기획서를 마무리해서 리뷰에 넘겼는데 이번 주 시이타케 별점에서 말했던 것처럼 식스센스가 잘 발휘되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네. 어제오늘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아침부터 연속으로 회의에 들어가야 하는 날의 연속이라 러너스 하이 상태였다. 다음 주에 반응을 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