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차네

관리자가 공지 이메일을 보내왔는데 공용 공간에 동물의 대변이 남겨져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있으니 본인의 반려동물의 것이라면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는 내용이었다. 관리자의 정중한 이메일 중 “Obviously, the waste there is unacceptable on numerous fronts.”라는 부분에서 웃음이 났다. 관리자가 이 이메일을 쓰면서 얼마나 한심한 생각이 들었을까.

 

동네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는데 할로윈 장식을 도둑맞았다는 글이 있었다. 글쓴이가 지난 몇 년간 할로윈 시즌마다 집 앞에 내놓아 사탕 받으러 오는 아이들과 가족, 친구들을 맞이했던 해골 상이라 추억이 깃들어있는지 이웃들에게 다른 집에서 같은 해골 상을 보면 알려달라는 호소문이었다. 사진을 보니 반짝이 양복을 입고 벤조를 치는 해골 상이다. 샌프란 밖을 벗어난 게 아니라면, 집 안에 꽁꽁 감금해둔 게 아니라면, 금방 추적 가능할 것 같은 모습인데, 눈에 띄어도 너무 띈다. 아니 무엇보다 대체 이런 걸 왜 훔쳐가냐. 샌프란에서 택배 박스 절도 정도야 흔한 일이지만 할로윈 장식마저? 코로나며 정치 돌아가는 꼬라지 때문에 우울한 와중에 할로윈을 맞이해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 자체가 기가 찬데 참 이렇게 소소하게 뒷골 땡기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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