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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코치와 네 번째 상담을 했다. 그간 덕분에 수면의 질은 많이 향상되었고, 남은 건 취침 시각을 당기는 건데 이미 이런저런 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을 받은 터라 얼마나 지속적으로 실천해나가느냐의 문제라 실은 오늘 또 만날 필요는 없었는데 굳이 만났다. 이분이 아주 치유계라서 내가 뭐라 뭐라 하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그랬쪄여 우쭈쭈' (물론 이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하는 반응이라 거의 그걸 노리고. 그리고 예상대로 효과 만점이다. 다음 달 예약도 잡았다...
일주일 간 휴가를 다녀온 매니저가 복귀 첫날 아침부터 채팅으로 나를 찾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다음 주에 있을 팀 내 여성 그룹 점심 모임의 사회자를 맡을 의향이 있냐는 거였다. 매달 한 번씩 팀 내외의 리더를 초대해서 버추얼 좌담회를 하는 기획이 있는데 이번 타자는 프로그램 매니저 그룹 디렉터(나의 왕보스)와 엔지니어링 그룹 디렉터이다. 지금껏 한 번에 한 명만 초대해왔던 게 어째 이번에는 두 사람이 번들로 따라왔다. 두 사람 다 내가 이 팀에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고, 우리 매니저 생각에 둘 다 나를 예뻐라 하고 (매니저 말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도 어느 정도 예쁨을 받는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작년 말 설문조사에서 누구를 초대하면 좋겠냐는 질문에 두 사람의 이름을 썼던 기억이 있으니 내게 이 제안이 돌아온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결코 언변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 오히려 무대 공포증이 있는 편인데 어쨌든 내가 할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 게 고마워서 겁은 나지만 덜컥하겠다고 해버렸다. 하다 보면 느니까 이건 배울 기회라고. 그러고 나서 바로 코치에게 SOS를 쳤다. 다음 주 세션에서 만나서 더 조언을 구할 예정이지만, 미리 전달받은 HBR의 How To Moderate a Panel Like a Pro와 How to Moderate a Panel Discussion 두 기사를 읽고 정리해봤다. 결국 해봐야 느는 거지만 일단 글로나마 배워서 조금은 안심이다.
- 과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다: 사전에 패널에게 미리 준비된 질문을 공유하고 그밖에 커버할 주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이메일을 하나 보내는 걸로 충분하다. 패널이 서로 모르는 사이라면 이벤트 시작 전에 서로 안면을 틀 수 있도록 유도한다.
- 패널과 함께 앉는다: 별도의 단상에 서있기 보다는 쉽게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할 수 있도록 패널 옆에 함께 앉는다.
- 진행자이자 패널일 수는 없다: 진행자의 역할과 패널의 역할을 동시에 하려고 하면 토론의 균형이 무너지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고, 특정 패널이 전체 토론을 지배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 노 슬라이드: 패널이 슬라이드를 사용하게 하면 진행자의 역할은 눈에 띄게 줄게 되니 금물이다. 예외적으로 비주얼 한 주제의 경우 슬라이드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때에도 각 패널이 시각자료를 활용할 기회를 공평하게 준다.
- 목적을 처음부터 밝힌다: 장황하게 연설할 필요 없이 이 주제가 왜 중요한지, 주어진 시간 동안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딱 두 문장이면 충분하다.
- 패널이 직접 자기소개를 하게 하지 않는다: 패널 소개는 진행자의 몫이며 소개에 세 문장이면 충분하다.
- 첫 5분 내에 청중과 연결한다: 청중에게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음을 알리고, 패널에게도 청중의 존재를 인식시킨다. 청중 일부에게 자기소개를 하게 하면 어떤 사람들이 청중을 구성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청중에게 박수를 유도하거나 질문에 답하게 하는 것도 연결하는 좋은 방식.
- 질문만 던지기보다는 누가 대답할지 지명하라: 같은 질문을 모두에게 물을 필요는 없다. 기계적으로 돌아가면서 답하게 하기보다는 가장 관련 있는 답변을 할 패널에게 먼저 던지고, 각 패널이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관련된 질문으로 변경하거나 구체적인 예시를 묻거나 다른 질문을 하라.
- 패널이 서로에게 질문을 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종종 공식 진행자보다 패널 간에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있으니 토론 시작 전에 미리 패널에게 권하라.
- 진행자도 대화의 참가자이다: 패널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거나 의미가 불분명한 점이 있다면 추가 질문을 통해 더 파고드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 패널의 이야기가 불필요하게 길어지면 잘라내는 것도 진행자의 역할이다: 진행자는 패널의 에고가 아닌 청중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패널의 주의를 끌 수 있도록 손짓을 하며 ‘좋은 논점이네요. 다른 패널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죠.’와 같이 긍정적인 코멘트로 전환하는 것이 패널의 체면도 살리고 토론을 의미 있게 이어가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 부감하기+구체화하기+청중 참여: 토론 배분은 크게 삼등분해서 전체상을 부감하는 것, 구체적인 예시로 파고드는 것, 질의응답 혹은 청중이 직접 발표하는 기회를 주는 청중 참여로 구성하라.
- 패널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묻지 말라: 패널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물으면 이미 했던 말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으니 청중의 마지막 질문이나 그날 주제와 관련된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낫다.
- 제시간에 마쳐라: 남은 시간을 사인으로 알려줄 사람을 섭외하거나 폰의 타이머를 진동으로 맞춰두는 등 시간관리를 철저하게 하라.
- 목표는 무대에서 다이내믹한 대화를 나누는 것: 좋은 패널 토론은 무대의 영리한 사람들과 관객석의 영리한 사람들 간에 빠른 페이스로 예상치 못한 다이내믹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
야행성 동물이지만 월급쟁이로 업무 특성상 이른 아침부터 회의가 많다 보니 밤늦게까지 쌩쌩해서 기본적으로 날짜가 바뀌어야 잠자리에 드는데 아침에는 또 일찍 일어나야 해서 자연스레 만성적인 수면부족 상태이다. 예전에는 주말에 점심시간까지 늘어지게 자는 걸로라도 보충을 했는데 요즘은 몸이 완전히 평일 모드로 프로그램되어버린 건지 주말에도 일찍 깨고 만다. 최근에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 건 자꾸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깨는 것. 새벽 1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5시나 6시쯤 이유 없이 한 번씩 깬다. 원래 짧게 자고도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서 시계를 보고 다시 눈을 붙이지만 한 번 깨고 나서 다시 자는 건 역시 쭉 자는 거랑 차이가 있다. 지난주부터 갑자기 없던 두통이 생겼는데 오랜 수면부족이 범인인 것 같아 엊그제 수면 전문가와 상담을 했다. 내 평소 생활 습관과 수면 개선을 위해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조언을 들었다. 늦은 시각 스크린 타임을 줄이고, 밤 시간(창의력이 샘솟는(?) 건 기본 밤 10시 이후)에 하고 있는 글쓰기도 조금 더 이른 시각으로 당기고, 취침 전 명상을 도입하고 등등 사실 이미 알면서도 좀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해 '감독'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당면한 문제에 있어 획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이틀 만에 효과를 본 것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깼을 때 시계를 보지 말라는 조언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못 일어날까 봐 알람을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세 개는 기본으로 맞춰둔다) 자꾸만 일찍 깨는 것일 수 있는데 알람이 울릴 때까지 더 자도 되니까 몇 시든 상관없다고,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자라고. 어제오늘 또 일찍 깼는데 '괜찮아. 더 자자.'하고 잔 게 엊그제 '앗 또 일찍 깼네. 대체 오늘은 몇 시에 깬 거야?'하고 더 잔 거랑 비교했을 때 자고 일어났을 때의 개운함의 정도에 꽤 두드러지게 차이가 난다. 해방감. 괜찮다고 내가 내게 주는 허가의 힘.
어제 분기에 한 번 있는 팀 전체 미팅에서 발표를 했다. 리서치 팀의 G와 둘이 팀을 이루어 우리가 사용자 피드백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최근의 사용자 피드백 경향이 어떤지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회의의 규모와 특성상 팀 내 정보 공유와 사기 진작의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발표자들이 모여 사전 기획 회의와 예행연습을 진행하는 등 공을 꽤 들여서 준비하는 회의다. 내 발표 분량은 2~3분가량으로 셋업을 해서 G에게 넘기는 역할이라 부담이 큰 발표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라 나름 꽤 준비를 했더랬다. 우리는 두 번째 발표 그룹이었는데 바로 전 발표자의 부분에서 데모 영상 재생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색한 상황이 벌어진 터라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넘기는 것만 바라고 발표에 임했는데 이게 웬걸. 자기 소개하고 첫 슬라이드로 넘어가는 부분에서부터 문제 상황 발생. 다음 슬라이드로 넘겨달라고 했는데 표지 슬라이드에서 다음으로 넘어가지를 않는 거다. 재차 요청해도 그대로라서 내 목소리가 들리냐고 물어보니 들린다는 응답이 돌아와서 내쪽에서 화면이 멈춘 것 같지만 계속 이야기하겠다고 하고 발표를 이어갔다. 멈춘 화면을 바라보며 내 부분을 마치고 G에게 넘겼는데 뭔가 이상하다. G가 발표하는 소리가 안 들리는 거다. 창을 닫고 다시 화상회의에 참가하니 G의 발표는 진행 중이었고, 사람들이 채팅으로 나에게 괜찮냐고 무슨 일 있냐고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말하다가 도중에 퇴장했다고. 악. 결국 나는 중간에 연결이 끊긴지도 모르고 혼자 열심히 발표하고 있었던 거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내가 강제 퇴장당한 게 내 할 말을 거의 끝내고 G에게 넘기기 직전이라 G가 큰 문제없이 발표를 있어갔다고 하지만, 모처럼의 발표가 인터넷 연결 불안으로 망쳐진 게 많이 아쉬웠다. 발표 직전까지 아무 문제없었는데 머피의 법칙,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다.
오늘 코치에게 어제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발표 중 돌발상황에서 더 잘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언을 구했더니 코치가 두 가지 조언을 해줬다.
1. Control everything you can control
예상 가능한 모든 돌발 상황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 나처럼 연결이 끊기는 상황에 대신 발표할 사람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내 경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예행연습을 통해 G가 내 발표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 그리고 본방 직전에 미리 내가 넘길 때 사용할 문구를 G에게 전달해두었던 게 유효하게 작용했다. 대면회의라면 프로젝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슬라이드를 유인물로 따로 준비해두는 것, 등등. 미리 위험요소를 검토해서 대비했다는 것 자체가 발표에 자신감을 더해줄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2. Keep swimming
어색한 침묵만큼 청중이 견디기 어려운 게 없으니 어쨌든 이야기를 이어가라고. 그 상황에 대해서 농담을 던져 자신과 청중의 긴장을 풀 수 있다면 오히려 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그게 성격에 맞지 않다면 문제 상황에 대해 청중에게 분명히 전달하고 잠시 시간을 달라고 분명히 요청하거나 아니면 미리 준비해둔 플랜 B로 넘어가는 등 어쨌든 계속 헤엄쳐 가야 한다. 발표자가 당황하면 그게 청중에게 전달되고 결과적으로 발표 내용보다 그 인상만 기억에 남을 수 있으니 어떤 상황이 닥쳐도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게 중요하다. 그까이꺼!
이렇게 또 쌓여가는 경험치와 새로운 아이템. 그리고 아무도 못 듣는데 혼자 열심히 발표했다는 웃긴 기억.
오늘 코칭 세션에서 지난주에 회사 선배 A와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A가 본인이 기획한 세션의 일부 발표자 참석 여부를 1 영업일 전까지 확인하지 않는 등 준비를 미흡하게 하는 것 같아 전체 세션을 총괄하는 내가 커버해야 했다고 이야기했더니 코치가 과연 그게 내가 커버했어야 하는 부분이냐며 묻는다. 여기서 A와 나의 관계는 '대등한' 협력 관계이고 내가 A의 잘못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닌 데다 보다 근본적으로 A가 여기서 잘못한 거냐는 것. A에게 주어진 건 당일 세션을 커버하는 것이고, 발표자 참석 여부 및 발표 준비 상태를 X영업일 전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건 어디까지나 내가 정한 나의 타이밍이지 A에게는 A의 타이밍이 있다는 것. 화요일 세션을 앞두고 월요일 공휴일을 낀 3연휴에 돌입하면서 금요일 오후까지 지명된 발표자의 참석 여부 확답을 받지 않았다는 건, 누군가가 결국 주말 동안 일해야 하는 거라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내게 코치가 자신이 한 클라이언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겪은 일을 이야기해줬다. 클라이언트 사의 전략 회의 이벤트를 기획하는데 세일즈와 엔지니어링에서 각각 디렉터가 개회 연설을 해야 했다. 한 디렉터는 이벤트 8주 전부터 코치에게 연락해와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디렉터는 코치가 먼저 연락해도 도통 연락이 닿지 않고 이벤트 당일 시작 15분 전에 연락이 와서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불릿 포인트 5개로 알려달라며 7분 동안 코치의 설명을 듣고 나머지 8분 동안 준비했다. 그리고 두 디렉터의 개회 연설은 둘 다 최고였다고 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타이밍과 일하는 방식이 있으니 내 타이밍과 일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섣부르게 남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 오늘 오후부터 3일에 걸친 세션이 시작되었는데 A는 오전 내내 본인의 발표 준비를 했고 (그녀가 지명한 다른 발표자들도 마찬가지) 결국 기획한 세션을 무사히 마쳤다. 여전히 이런 식의 타이밍은 본인만 타이트한 스케줄로 가는 게 아니라 남들까지 끌어들이는 거라서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A가 자신의 타이밍과 방식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게 문제라면 그건 A의 문제지 나의 문제는 아니라는 건 납득을 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A를 '커버'해줬다고 생각했지만, A 입장에서는 내가 '참견'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도. 다시 한번 '사람은 다 다를 수밖에 없어'를 명상하는 화요일 밤.
오늘부터 이번 인사고과 결과가 공개되었고, 매니저는 일정 기간 내에 의무적으로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본인의 팀원들과 커리어에 대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시스템 상으로는 해금이 되었는데 개별 리포트를 각 팀원에게 공개하는 건 매니저 소관이기 때문에 약간의 시차가 발생하기도 하고, 매니저가 각 팀원과 1:1 회의를 하기 직전에 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매니저 1:1은 내일. 아직 매니저로부터 아무런 업데이트가 없으니 이번에도 직전에 공개하려나보다. 보통 때 같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을 텐데 이번에는 승진이 걸려있어서 조바심이 난다. 승진했으면 오늘 미리 알려줄 법도 한데 아무 말이 없고, 뜬금없이 내일 1:1에 내 매니저의 매니저인 왕보스도 참석할 예정이라는 연락이 와서 불안감은 더해만 간다. 디렉터는 대체 왜 오는 거야, 결과는 대체 뭐야라고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미 너무 감정적이어서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승진한 경우와 승진하지 않은 경우, 둘 다에 대해 어떻게 대화를 나눌지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오늘 코칭 세션이 있어서 코치에게 이야기했더니 코치가 롤플레이를 제안해왔다.
1. 먼저 승진한 경우, 기뻐하고 고맙다고 하고 최근 조바심을 냈던 것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한다. 내 실적과 능력을 인정받아 안심했다는 것과 감사의 마음을 다시 전하고, 새 직급에서의 기대치와 포커스에 대해 논의하자고 하며 커리어 대화로 연결한다.
- 이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좀 더 부각하고 부정적인 감정(조바심, 불안감)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지 말라는 것이 코치의 피드백.
2. 다음으로 승진하지 않은 경우,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유감을 표명하고, 지금까지의 피드백에 비추어 보면 이 결과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보다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 알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 여기서 코치의 피드백은 일반적인 진술(배경에 대해 알고 싶다)보다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라는 것. 그래서 그 결정의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지난 분기 피드백이 좋았고, 그 사이 나는 더 실적이 쌓였는데 대체 뭐가 바뀐 거냐?)을 던지는 것으로 수정.
또한 이 결정이 내 사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는 이번 사이클에서 승진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결정이 납득이 되지 않고 다음 사이클까지 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내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걸 알린다.
- 여기서 코치가 내가 왜 승진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댈 수 있냐고 물었다. 두세 번의 시도 끝에 답변을 조리 있게 정리했다. 이게 내 가슴속 깊이 믿어도 남에게 그렇다고 표현하는 게 쉽지가 않다. 코치가 지적했던 것 중에 하나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 (예를 들어 고레벨의 동료와 대등한 실적을 냈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 이건 어디까지나 나에 대한 평가이니 내 실적과 직급에 대한 논지에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연습하는 동안 감정이 좀 정리가 되고, 내일 회의를 위한 준비가 된 느낌이다. 저녁에 엄마랑 통화하면서 다시 질풍노도의 감정이 돌아왔지만, 그래도 내일 회의만큼은 감정적으로 대응해서 얻을 게 하나도 없다는 걸 기억하고, 침착하게 내 할 말을 해야지.
일련의 프로세싱 중 하나 확실하게 깨달은 건 그동안 내가 조직을 우선시하고 나를 희생했던 부분이 많았다는 것. 그래서 미리부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억울함'이 들었던 거다. 조직 입장에서는 네가 네 맘대로 희생한 거고 아무도 그러라고 한 적 없어라고 입 싹 씻으면 그만인 건데. 결과가 어느 쪽이든 나 자신을 좀 더 챙길 때다.
내일 축배를 들고 있을지 분노의 병나발을 불고 있을지는 두고 볼 일.
요즘 살기 팍팍해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다 받아보자라는 마음에서 지난주부터 비즈니스 코칭을 받기 시작했다. 오늘 코칭 세션에서 있었던 이야기.
어제 하루 휴가 내서 3연휴를 즐기고 상쾌한 마음으로 업무에 복귀했을 터인데 제목만 보고 금방 처리할 수 있는 이메일이라고 생각해서 열었던 이메일이 바로 나를 빡치게 만든다. 나의 판단은 옳아서 그 메일 자체는 30초 내에 답변해서 보낼 수 있는 이메일이었는데, 문제는 이 질문이 지난 몇 달 동안 발신인인 타 팀 매니저와 참조에 들어가 있는 그 팀원들 (내가 주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이야기해줬던 내용이라는 거다. 이미 관련된 문서도 공유해줬고, 이메일로도 두세 번 같은 질문에 답해줬고, 심지어 높으신 분과 함께 했던 1시간짜리 회의에서도 구체적으로 배경 설명을 구두로 해줬던 내용이다. 게다가 이 질문이 지금 이 시점에서 나오는 게 말이 안 되는 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근거로 해서 오퍼레이션 설계를 했고 실제로 지금 롸잇나우 그 오퍼레이션을 같이 돌리고 있는데 ‘근데 그 계약 조건이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물어보면 어쩌라구. 늬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참조에 들어있는 파트너십 담당자가 나에게 개별적으로 네가 답할래 내가 답할까라고 물어왔길래 (이 친구도 지금껏 나와 함께 같은 대답을 반복해왔던 동지) 계약은 파트너십 쪽 영역이니 부탁한다고 하고 나는 손을 뗐다. 그러나! 이 사람들 계속 이런 식이면 내 정신건강에 나빠서 피드백을 해야겠는데 화가 치밀어서 차분하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쓰는 게 쉽지 않아서 코치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다.
코치의 첫 질문은 지금까지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해왔는지. 지금까지 반복된 질문을 받으면 (성질을 죽이고 :) 답변해주고 덧붙여서 이미 이 정보를 특정 문서나 이메일로 공유한 바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공손하게 불분명한 점이 있다면 추가로 설명해줄 수 있다고 마무리하는 건 내킬 때. 코치가 고개를 끄덕인다.
두 번째 질문은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하고 매번 새삼스럽게 반응하는 이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것. 첫째, 직접 뒤져보는 것보다 나한테 묻는 게 빠르다고 생각해서 (초사이어인 버전: 게을러서!), 둘째, 이게 내 담당 영역이고 내 의무라고 생각해서 (초사이어인 버전: 내가 뭐하는 사람이고 자기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바보라서!), 여기까지 답하고 나서 말문이 막혔다. 코치가 웃으면서 자기 생각에는 한 가지 더 가능성이 있는데 그게 나를 더 열 받게 할 수도 있단다. 뭐냐고 말해달라고 했더니, 나한테 물어보면 내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듣고 빵 터졌는데 코치 말이 맞다, 열받아ㅎㅎㅎ 상대의 동기가 무엇일지, 추측이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나열해보니 다 마음에 안 들고 열 받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이 코치가 과연 나를 어디로 이끌려고 하는 건지 흥미가 생긴다.
다음 질문은 그래서 이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게 뭐냐다. 나는 지금 이 싸람들이 대체 내게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되니 왜 그런지 알고 싶고, 내 시간 좀 그만 낭비하라고 나도 바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자 코치가 나에게 시뮬레이션을 해보라고 한다. 오늘의 이메일을 포함해 동일한 패턴으로 보이는 몇 가지 예시를 나열하고 내가 이미 공유한 (I already shared) 정보에 대해서는 직접 공유된 정보원을 참조하는 것이 피차 효율적이고 내가 내 다른 업무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코치가 미묘한 표정이다. 일단 사실을 있는 그대로 하나의 ‘역사'로 나열하는 것은 오케이. 그런데 ‘I already shared’가 마음에 안 든단다. 이게 너무 ‘나'를 내세운다고, available 내지는 accessible이라고 대체해서 표현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확실히 톤이 다르다. 둘 다 사실인데 ‘내가 이미 공유했잖아 너 왜 안 봐'라는 내 속마음이 ‘I’를 제거한 순간 함께 빠져서 이쪽이 훨씬 중립적이다. 그리고 여기서 코치가 비폭력 대화 (Nonviolent Conversation: NVC) 모델을 도입해온다. 관찰한 내용을 사실 그대로 전달하고, 그 사실이 나에게 미치는 감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래서 내게 어떤 필요가 발생하는지 상대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는지를 전달한다. 코치가 상대의 의도에 대해 추측해보라고 했던 것도 상대방의 입장(필요)을 이해하고자 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예전에 한 번 관련 강의를 듣기도 해서 그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닌데 머리에 피가 거꾸로 솟아있는 동안에는 미처 생각 못 했다. 사실 이럴 때일수록 더 시도해야 하는데 말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얘네들한테 짜증을 내거나 비난하는 게 아니라 얘네들이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않고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똑바로 하는 거니까. 직간접적인 비난 없이 상대가 반박할 수 없는 사실 (있었던 일도 사실, 내 느낌도 사실)만으로 정중하게 행동 변화를 요청하는 게 내가 원하는 걸 얻을 가능성이 더 높은 길이다.
그 이후로 이게 이 팀 전체적인 패턴이라는 걸 이야기했더니 코치가 그럼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매니저가 매니저 대 매니저로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냐고 묻는다. 가능하면 매니저가 신경 쓰는 일 없이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하고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다 처리해서 이제 문제없다고 사후 보고하고 싶은 마음이라 약간 저항감은 있는데 팀 대 팀의 문제이니 매니저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납득이 가서 그러겠다고 하고 매니저 1:1 회의록에 추가해뒀다는 건 별론으로…
코치가 지적했던 ‘I already shared’가 초사이어인으로 변신하기 직전인 나의 수동적 공격성을 듣는 사람에게 꽤 명백하게 보여준다는 게 내게는 나름 오늘의 발견이었다. 그 세 단어에서 나 짜증 났다 거 그렇게 티 팍팍 났냐ㅎㅎㅎ 어쨌든 이론 상으로,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이 한 끗 차이가 결과에 있어도 차이를 만들어낼 터인데 실제 적용을 얼마나 잘 해낼지 과연 원하는 결과를 얻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