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창고'에 해당되는 글 215건

  1. 2024.10.02 홍옥은 조나단 3
  2. 2021.07.18 수박 고르기 2
  3. 2021.07.08 별 거 아닌데
  4. 2021.07.07 두고 보려고
  5. 2021.07.06 쿠키 금지령
  6. 2021.07.05 그게 뭐라고
  7. 2021.07.04 겟-투두 리스트
  8. 2021.07.03 괜찮아
  9. 2021.07.02 쉬어도 쉬어도
  10. 2021.07.01 D-8

홍옥은 조나단

3년 만에 돌아와 보니 수박 고르기가  마지막 포스트였다. 3년이나 자리를 비운 게 실은 열심히 수박 두드리다 기적과 같이 잘 익은 수박을 만나 연애하기 시작해서 만난 지 5개월 만에 같이 살고, 10개월 만에 약혼하고, 15개월 만에 결혼하느라 바빠서라는 사실. 좋은 일만 있었냐 하면  그새 우리에겐 한 번의 정리해고와 기나긴 구직 활동, 시어머니의 암투병 등등 힘들었던 일도 많았다. 그렇게 좋은 일, 힘든 일 함께 겪다 보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발견한 우리 영혼의 교집합이라 할만한 부분이 점점 더 커져간다. 나는 그의 색깔에 물들어 빌딩숲을 사랑하는 서울쥐가 어느새 야생꽃 이름도 댈 줄 알고, 버섯 따러 미역 따러 산으로 바다로 가고,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에 대한 꿈같은 것도 품게 되었다. 그는 나의 색깔에 물들어 어떤 영화배우, 어떤 영화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며 보는 무비 나이트를 즐기고, 요가도 다니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게 왜 웃긴 건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사이드 조크(예를 들어 구글 번역기에 홍옥이 뭔지 돌려봤더니 Jonathan이라고 나와 눈물을 흘리며 웃었던 것)도 차곡차곡 쌓여간다. 부조리한 회사 생활에 울분이 치밀거나 지쳐도, 같이 뚝딱뚝딱 만든 저녁식사를 나누며 음식도 회사도 같이 잘근잘근 씹는 그 시간, 식탁을 정리하고 소파로 건너가 비스듬히 기대앉아 넷플릭스를 보는 그 시간, 잘 준비하고 침대로 들어가 커플일기를 쓰는 그 시간이 있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무수히 수박을 두드리던 그 시간보다 훨씬 더 길게, 둘이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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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고르기

최근 사귄 친구 D가 스탠드업 코미디를 한다고 해서 공연을 보러 갔다. 한 시간 공연에서 마지막 순서로 나온 D가 가장 마지막에 수박에 관한 농담을 던졌다. 다른 친구를 통해 처음 만났던 피크닉에 대형 타파웨어 한 통 가득 수박을 싸온 친구라 이 친구 입에서 '수박'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부터 다른 농담들도 웃겼지만 이게 분명 알짜배기다 싶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이야기인즉슨,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수박을 고를 때 심혈을 기울여 하나하나 다 두드려보는데 손목이 아플 때까지 몇십 개를 두드려봐도 그 소리가 그 소리인 것 같고 알 수가 없어서 결국은 적당히 하나 골라 속이 썩지 않은, 맛 좋은 수박이길 빌며 사서 돌아온다는 거다. 농담과 상관없이 수박 박사의 수박 고르기 팁이라도 배울 수 있을까 싶어 기대하다 실망하기 직전에 이 친구가 예상치 못한 변화구를 던졌다. 수박 고르기나 온라인 데이팅이나 마찬가지라고.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프로필을 계속 스와이핑 해보지만 그놈이 그놈인 것 같고 얻어걸린 (*매칭 된) 남자가 속이 썩은 게 아니길 바라며 만나보는 거지. 지난번 피크닉에서 나의 온라인 데이팅 라이프에 대해 살짝 이야기했던 적이 있어서 곰돌이 같은 남자가 좋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서 공연 끝나고 나서 D가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 문자에 덧붙여 요즘의 '곰돌이 사정'이 어떤지 물어왔다. 뭐 나도 손목 뽀사질 때까지 계속 두드리고 있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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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거 아닌데

지난주에 친구한테 선물 받은 일식 퓨전 요리책에서 그새 레시피 두 개를 시도해봤는데 둘 다 엄청 간단하고 맛이 좋아서 만족! 하나는 우메보시(일본식 매실 장아찌), 시소(차조기: 이건 깻잎으로 대신), 양파를 갈아 만든 소스를 곁들인 닭튀김, 다른 하나는 두부랑 훈제연어를 갈아 만든 무스. 무스는 오늘 만들었는데 바게트에 발라먹으니까 맛있다. 손님상에 내도 괜찮을 것 같고, 앞으로도 자주 해 먹는 요리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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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보려고

에구 자고 일어나면 출근해야하네. 좋은 거 보고 자야지... 5 연휴 안녕! 

- 돌아온 슬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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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금지령

도대체 불어난 몸무게가 줄지를 않네. 도저히 안 되겠다. 7월 한 달간 쿠키 금지. 아이스크림도 금지. 딱 2킬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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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라고

작년보다 더 건조한데다 폭염 때문에 산불 위험이 더 커서 미디어에서 불꽃놀이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하고 정부에서 불법 불꽃놀이를 단속하고 해도 새벽 한 시를 넘긴 지금까지 아주 빵빵 터뜨려대네... 불꽃놀이 없이는 독립기념일을 기념 못하나 나원참. 이러다 또 어디서 불꽃놀이 때문에 불났다는 뉴스가 나오면 아주 기도 안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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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투두 리스트

절찬 languishing 중일 때 (현재진행형이긴 한데 요즘은 languishing 하기를 languishing 하는 중; 뭐라는 거야) 친구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The Daily Stoic이라는 하루 한 페이지 스토아 철학자의 인용구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명상책을 선물해줘서 매일 읽고 있는데 오늘의 주제가 'Have to' (해야 해: 요즘 열심히 듣는 중. 우영이 GJ!)에서 'Get to' (할 수 있어)로의 전환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을 받아들여서 어떤 일도 내 의지에 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인용구와 함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건 부담되는 일이지만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건 '특권'이며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라는 코멘트가 붙어있었다. 뭐든지 목록을 만드는 게 취미라 하루에도 몇 번씩 끄적이고 들여다보는 게 투두 리스트(To Do List)지만 '해야 해'가 주는 부담감 때문에 가끔 투두 리스트를 폭파하고 싶은 충동도 들고 실제로 감당 못할 정도로 리스트가 길어지면 자기 파산 선고를 해버리는 일도 종종 있는 내게 겟-투두 리스트(Get To Do List)라는 발상의 전환은 획기적이다. 아침에 이걸 읽고 오호라~하는 기분으로 요가를 갔는데 요가 선생님이 본인의 최애시라며 인용한 시가 somewhere i have never travelled,gladly beyond라는 사랑 노래였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기꺼이 가보겠다는 마음. 우리는 계속 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무슨 일이 닥치든 나의 의지로 새로운 모험에 몸을 맡기는 것. 그렇게 이어졌다. 옴 샨티 샨티 샨티(Om Shanti Shanti Shanti)! 나의 '일상 복귀 시리즈'는 그런 의미에서 오늘로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모험 시리즈'를 시작한다. 굳이 매일 매일 그렇게 태그를 붙이지는 않겠지만 매일 매일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겟-투두 리스트를 손에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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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God makes no mistake." 이 한 마디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옛날 예배당이라 유난히 높은 천장 아래 열기가 감도는 스튜디오에 팬데믹 이전처럼 빽빽하게 놓인 요가 매트 위에서 한 시간 넘게 음악과 선생님의 리드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동안 서서히 쌓여온 모두의 마음속 어떤 감정을 한 순간에 팍 터뜨리려고 의도하기라도 한 듯 오늘은 이 한 마디를 꼭 나누고 싶었다며 선생님이 던진 한 마디. 어떤 일이 있어도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는데 스피커에서 Lean on Me가 흘러나왔다. 사바사나 상태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는데 스튜디오 안에 울리는 화음이 감동적이었다. 이번 5 연휴의 테마는 치유. 좋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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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도 쉬어도

더 쉬고 싶은데 5 연휴면 어떨까. 독립기념일 연휴에 덧붙여서 5 연휴로 만들어봤다. 내일부터 3일 동안 오전에 요가 워크숍 가는 거, 스톤 그로브 페스티벌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야외 콘서트 보러 가는 김에 친구들이랑 피크닉 하는 거, 영화 두 편 보러 가는 거 말고는 집에서 도 닦고 앉아있을 계획. 어째 이런저런 이벤트보다 마지막 게 제일 기대되냐. 쉬어도 쉬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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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

어느새 또 결산하는 날. 6월 한 달은 총 2,249 단어, 8,743자를 썼다. 이번 달에는 출석체크가 대부분이라 분량이 적은데 상담 선생님의 제안으로 따로 쓰기 시작한 데이트 로그가 있어서 실제 분량은 지난달보다 더 많을지도. 매달 결산할 때마다 다음 달에도 매일 쓰기를 이어갈 것인지 조건을 따로 붙일 건지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매일 쓰기 1주년이 되는 7월 9일 (샌프란 기준 8일)까지 이어가는 걸로. 2pm의 놓지 않을게를 들으며 마무리하는 하루. 7월 안녕! 오늘부터 하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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