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진 100일 글쓰기'에 해당되는 글 103건

  1. 2021.03.02 컨셉진 100일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2 2
  2. 2021.02.10 이게 뭐야
  3. 2021.02.09 컨셉진 100일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2
  4. 2021.02.08 고로케
  5. 2021.02.07 백신 그 후 2
  6. 2021.02.06 새치
  7. 2021.02.05 자기 허가 2
  8. 2021.02.04 너는 모른다 2
  9. 2021.02.03 한밤의 충동구매
  10. 2021.02.02 질의응답

컨셉진 100일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2

그야말로 몇 분 전에 컨셉진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출판 지원작 발표가 났다. 프로젝트 참여자 투표 30%와 컨셉진 편집팀 심사 70%로 정해지는데 한국 시각 기준으로 오늘 오후 4시 (샌프란 밤 11시)에 발표 예정이어서 야근하다 들어가 봤더니 발표가 1시간 미루어졌다는 공지가 있어서 다시 야근 모드로 돌아가 이번 주 해커톤 프로젝트 문서를 타이핑해내려 갔다. 낮에는 3연휴 후 복귀한 첫날이라 바쁘기도 했지만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서 시작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밤이 되니 쓱쓱 써지는 게 역시 나는 야행성 동물이다. 30여 분 만에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서 덤으로 이번 주 회의 준비까지 다 마치고 다시 시계를 보니 시간이 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지를 열었다. 먼저 참여자 투표 결과. 오옷, 내가 2위다. 과연 최종 선정자는? (두구두구두구) 조심스럽게 스크롤 다운. 최종 선정자는 다른 분이었다. 앙.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인데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이유로 약간 안심이 되었다. 선정되신 분께 축하 메시지를, 응원해주신 분들과 프로젝트 팀에 감사 메시지를 남기고 나니 드디어 이 여정도 대단원의 막이 내렸구나 싶다. 고생했다 퇴근토끼!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가 2월 초에 끝난 후에도 2월 말까지 매일 글쓰기를 연장해서 실은 어제가 결산하는 날이었다. 어제 깜빡한 결산을 해보자면 2월 9일부터 28일까지 총 3,294 단어, 13,029자를 썼다. 하루 평균 165 단어, 651자. 지난 결산 때도 썼지만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혼자 매일 글쓰기를 하던 때보다 더 숙제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다시 혼자 쓰기로 돌아오니 여전히 글쓰기 싫은 날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마음은 좀 더 편해졌다. 그리하여 매일 글쓰기 한 달 더 연장! 전부터 꿈꿔온 픽션 쓰기를 슬슬 시작하고 싶으니 하루 글쓰기 시간(이라고 해봤자 딱히 할당이 있는 건 아니지만)을 나누어 쓰는 차원에서 한때 빠져있었던 '백자 하루 - 원고지 일기장' 앱의 영감으로 블로그에는 '하루 100자 (이상) 쓰기'로 가려고 한다.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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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컨셉진 100일 글쓰기 출판 지원을 신청하는 방법에 대한 공지가 나왔다. 출판 지원작은 프로젝트 참여자 투표 30%와 컨셉진 편집팀 심사 70%로 선정된다고 한다. 투표는 16일부터 27일까지, 최종 발표는 3월 2일. 신청서에 출판물 가제목과 소개를 직접 적도록 되어있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러나 후딱 적어서 보냈다. 온갖 잡다한 이야기를 다 쓰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발버둥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이게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시간을 더 들여서 고민한다고 더 예쁘고 그럴듯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바로 보내고 나니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두근거림이 찾아온다. 과연? 

 

출판물 가제목: 야행성 동물의 숲 (블로그 제목) 

출판물 소개: 집 떠나 바다 건너에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싱글 회사원의 ‘생존 신고’이자 ‘언니의 잔소리’이자 ‘삽질 일기'이자 ‘치유하는 글쓰기.’ 회사 생활과 일상 속에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말 “I can write about this. This will be funny one day.”처럼 힘든 일도 글로 옮기면서 그 속에서 의미와 웃음을 찾는 경험을 하고 있고, 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내 삽질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거나 나만 외롭고 힘든 게 아니라고 위로를 받거나 실없이 픽하고 웃는 한순간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 

 

보증금 환불은 현금 환불 외에 컨셉진 스쿨에서 제공하는 출판스쿨 온라인 수강권에디터스쿨 온라인 수강권을 받는 옵션이 있었는데 콘텐츠 기획에 대해 배워보고 싶어서 에디터스쿨 수강권으로 신청했다. 실은 신청할 때 내가 여기서 한국 계좌이체를 할 수 없어서 동생한테 부탁했던 거라 보증금 환불을 바로 동생 계좌로 쏠 계획이었는데 그대로 내가 냠냠하게 되었다. 동생아 이건 나중에 따로 갚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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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 100일 글쓰기를 마무리하며

어제로 컨셉 스쿨의 100일 동안 1일 1글쓰기 출판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안 하고 넘어가면 서운하니 이번에도 결산을 해보면, 지난 100일동안 총 22,523 단어, 86,400자를 썼다. 하루 평균 대략 225 단어, 864자. 지난 4번의 결산 중 한 달 동안 쓰는 독서일기 때 하루 평균 720자를 쓰고 나머지 세 번 모두 1,000자를 넘겼던 것에 비추어 보면 분량이 약간 줄었다. 중간중간 할 말도 없고 글쓰기도 싫어서 꾸역꾸역 출석 체크하는 마음으로 짧게 끄적였던 날들이 꽤 있어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몇 달간 매일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왜 이번에 더 출첵 글쓰기가 늘었을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선 한 달 마치고 다음 한 달을 연장하는 것과 쭉 100일을 이어가는 것에서 오는 차이. 중간중간 숨을 돌리면서 다음엔 뭘 쓰지 하고 생각했던 예전 방식이 알게 모르게 리프레시하는데 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묘한 청개구리 심보. 그전에 하고 있던 매일 글쓰기도, 이번 100일 글쓰기도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내가 자발적으로 한 건데 100일 글쓰기 미션을 완수하면 환불받을 수 있는 참가비 5만원이 걸려있었던 이번 프로젝트는 숙제 같은 느낌이 더 들어서 괜히 청개구리 심보로 쓰기 싫다고 버티는 내가 내 안에... 이 프로젝트를 소개해준 친구 H와도 이야기했지만, 보증금이 걸려있으니까 돈이 모티베이션이 되어 더 꾸준히 쓰겠지라는 기대가 있을 법도 한데 오히려 그게 그전에 비해 내가 자발적으로 쓰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 족쇄가 달려서 쓰는 것 같은 느낌을 줬던 것도 같다. 어쨌든 100일 동안 즐겁게 혹은 꾸역꾸역 쓴 글과 함께 모티베이션 이론에 대한 개인적인 실험 결과도 덤으로 따라온 셈이니 나쁘지 않다. (그리고 물론 보증금도 돌아올 예정 :) 100일 글쓰기 슬럼프 중에 이걸 마치고 나면 매일 글쓰기를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는데 막상 마치고 나니까 원래 내 페이스로 좀 더 가보자 싶다. 그래서 일단 2월 말까지 연장! 별다른 주제, 분량 제한 없이 마음 편하게 숙제 기분이 덜 드는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으면 좋고, 아님 말고. 

 

P.S. 오늘은 마이홈 입주 1주년. 잊고 있었는데 이사를 도와줬던 친구가 이사 상자 가득한 거실을 배경으로 작년 오늘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와서 알았다. 세월이 참 빠르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세상은 1년 전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고, 나도 1년 전의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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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케

생존문제로 요리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지만 (이래 봬도 김치 담는 여자) 실은 요리보다는 먹는 담당(=설거지 담당)이 더 적합(=마음이 편하고 즐겁다)하다. 도쿄 유학 시절 룸메 언니는 요리에 취미가, 나는 청소에 취미가 있어서 언니가 요리하면 내가 설거지하고, 워낙 맘이 잘 맞는 데다 서로 부족한 걸 채워주니 (=내가 하기 싫은 걸 기꺼이 하는 사람 :) 둘 중 하나가 남자였으면 정말 제대로 짝을 만난 건데 했었다. 나는 요리 잘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서 엄마가 다 해줬으니까 집 떠날 때까지 요리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 룸메 언니는 엄마가 먹고 싶은 걸 안 해주셔서 어려서부터 먹고 싶은 건 직접 해먹을 버릇을 해서 요리에 취미가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난 내가 요리 못하는 걸 엄마 탓을 해왔는데 요 근래에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 엄마도 시집와서부터 요리를 시작했다는 거다. 어쨌든 작년부터 자택 대기로 내 사랑 회사 식당과 바이 바이하고 집에서 홀로 삼시 세 끼를 다 해 먹는 생활을 시작하면서 먹고 싶은 걸 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직접 해 먹었던 언니의 마음을 그야말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이해하게 된 것이다. 여전히 요리하는 것보다는 먹는 게 더 좋고, 빨리 먹고 싶기 때문에 적은 재료로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레시피를 주로 따라 해 왔는데 오늘 지금껏 한 요리 중 제일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무려 고로케를 만들어 먹었다. 레시피 자체는 간단한데 역시 감자를 대량으로 삶아 으깨고 볶은 고기, 야채와 함께 섞어서 빚은 다음에 튀김옷 입혀서 튀기는 과정이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게는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그래도 갓 튀긴 고로케가 먹고 싶다는 일념 하에 극복. 지글지글 끓는 기름 속에서 고로케의 뽀얗던 얼굴이 제대로 태닝된 얼굴로 다시 태어났을 때의 시각적 만족감이란! 감자 열 개 삶아서 빚어낸 12개의 고로케를 다 튀기기도 전에 첫 타자로 튀겨낸 아이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만족감이란! 그래, 이 맛이야. 집에서 튀김요리를 다 해 먹다니 제대로 레벨 업한 거라고, 이건 내 요리史의 전기를 만들어준 사건이라고 들뜬 일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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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그 후

내 차례가 오려면 한참 멀었지만

백신을 맞으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은 스레딩 살롱

전문가의 손길이 그리운 내 송충이 눈썹

오른쪽 위를 살짝 잘못 건드렸을 뿐인데 

바로 짱구가 되었다=..=

 

슈퍼볼에서도 시낭송을 하는 시대라 그냥 주절거리려던 걸 시처럼 행바꿈을 해봤는데 이건 아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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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치

한 달 만에 화상통화로 만난 E의 앞머리에 새치가 늘었다. 종종 특정 부위에만 만화 캐릭터처럼 새치가 생기는 사람이 있는데 E도 그런 타입인 것 같다. 나보다 아마 두세 살 정도 어릴 E는 천연 곱슬인 흑발의 백인 미녀인데 새치도 분위기 있게 나네 싶다. 그래도 나이에 비해 새치가 많아 보여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나도 작년에 한참 스트레스를 받던 시절 앞머리에 새치가 한 가닥 올라왔었다. 머리숱이 워낙 없어서 색소가 부족할 일은 없는 건지 (확인되지 않은, 내 맘대로 꼽는 머리숱 적은 것의 장점 :) 지금껏 난 새치라고 해봐야 손으로 꼽을 정도라 딱 한 가닥 새치가 하룻밤 사이에 뿅 나타나서 간만의 출현에 꽤 충격을 받았었다. 그때 난 한 가닥을 뿌리는 남기고 조심스럽게 잘라낸 이후로 아직 새로운 녀석을 발견한 바 없으니 그새 이래저래 많은 일이 있었지만 스트레스가 위험 수준을 찍지는 않았나 보다 하고 다시 한 번 확인되지 않은, 내 맘대로 스트레스 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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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허가

야행성 동물이지만 월급쟁이로 업무 특성상 이른 아침부터 회의가 많다 보니 밤늦게까지 쌩쌩해서 기본적으로 날짜가 바뀌어야 잠자리에 드는데 아침에는 또 일찍 일어나야 해서 자연스레 만성적인 수면부족 상태이다. 예전에는 주말에 점심시간까지 늘어지게 자는 걸로라도 보충을 했는데 요즘은 몸이 완전히 평일 모드로 프로그램되어버린 건지 주말에도 일찍 깨고 만다. 최근에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 건 자꾸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깨는 것. 새벽 1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5시나 6시쯤 이유 없이 한 번씩 깬다. 원래 짧게 자고도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서 시계를 보고 다시 눈을 붙이지만 한 번 깨고 나서 다시 자는 건 역시 쭉 자는 거랑 차이가 있다. 지난주부터 갑자기 없던 두통이 생겼는데 오랜 수면부족이 범인인 것 같아 엊그제 수면 전문가와 상담을 했다. 내 평소 생활 습관과 수면 개선을 위해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조언을 들었다. 늦은 시각 스크린 타임을 줄이고, 밤 시간(창의력이 샘솟는(?) 건 기본 밤 10시 이후)에 하고 있는 글쓰기도 조금 더 이른 시각으로 당기고, 취침 전 명상을 도입하고 등등 사실 이미 알면서도 좀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해 '감독'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당면한 문제에 있어 획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이틀 만에 효과를 본 것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깼을 때 시계를 보지 말라는 조언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못 일어날까 봐 알람을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세 개는 기본으로 맞춰둔다) 자꾸만 일찍 깨는 것일 수 있는데 알람이 울릴 때까지 더 자도 되니까 몇 시든 상관없다고,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자라고. 어제오늘 또 일찍 깼는데 '괜찮아. 더 자자.'하고 잔 게 엊그제 '앗 또 일찍 깼네. 대체 오늘은 몇 시에 깬 거야?'하고 더 잔 거랑 비교했을 때 자고 일어났을 때의 개운함의 정도에 꽤 두드러지게 차이가 난다. 해방감. 괜찮다고 내가 내게 주는 허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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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팀 내 여성 커뮤니티의 격주 점심 모임에서 조지타운 대학 언어학과 교수 데보라 테넌The Power of Talk: Who Gets Heard and Why라는 기사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 글은 어린 시절 성장 배경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연구를 미국 남녀 간의 비교를 중심으로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고려도 포함하여 풀고 있다. 미국의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또래와 대화하는 방식이 성장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남는다는 것인데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도 공감하며 읽었고, 중국, 인도, 아일랜드 등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오늘의 참가자들도 공감을 표했다. 테넌 교수는 여자아이들의 경우 작은 그룹으로 모여 협조적인 놀이를 하는데 비해 남자아이들의 경우 큰 그룹으로 스포츠처럼 경쟁적인 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여자아이들에게 있어 ‘너와 나는 같다'라고 ‘동질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남자아이들에게 있어 ‘내가 너보다 낫다'라고 ‘우위’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연결된다고 한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남성이 ‘나'를 내세우는데 거리낌이 없는 데 비해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향으로 이어진다. 여성의 이러한 경향은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자신감이 부족한 것'으로 비추어지기도 하는데 여성의 실질적인 자신감은 그러한 표현 방식과는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오해로 인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래는 기억에 남는 구절 밑줄 긋기. 

 

You can’t assume that the other person means what you would mean if you said the same thing in the same way.

각자의 성장 배경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품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내 경우에 비추어 타인의 의도를 지레짐작해서는 안 된다는 것.

 

The way we speak is who we are and who we want to be.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여성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좀더 ‘남성적’으로 바꾸어 ‘자신감과 능력을 표출하도록' 종용당하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란 각자의 본질과 같은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남성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나의 본질에 어긋난다면 여성은 그런 조직 속의 '나'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될 수 있다.

 

Either directness or indirectness can be a successful means of communication as long as the linguistic style is understood by the participants.

일반적으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보다 더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거라고들 생각하지만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든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든 참가자들이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을 이해하고 있다면 어느 쪽이든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한 항공기 추락사고를 예시로 들었는데 기장의 실수에 대해 부기장이 간접적으로 여러 번 지적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서 결국 추락사고가 발생했고, 그 이후 항공사에서 파일럿들에게 보다 직접적이고 자신감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교육을 했다고 한다. 이 사례를 테넌 교수가 강의했을 때 한 일본인 학생이 상대가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교육해도 되었을 거라고 지적했다는 거다. 정말 그렇다.

 

People in powerful positions are likely to reward linguistic styles similar to their own. (...) The critical skill for managers is to become aware of the workings and power of linguistic style, to make sure that people with something valuable to contribute get heard.

사람들은 보통 자신과 비슷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고 조직의 리더들도 예외가 아닌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리더들은 서로 다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대해 인지하고 자신과 다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 글을 전사적인 매니저 교육의 필수 교재로 했으면 싶다. 사내 여성 리더십 교육의 상당수가 여성들이 보다 자신감 있게 자기표현을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되어있는데 실제로 도움을 받은 부분이 많은 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왜 나만 (나와 비슷한 여성 동지들만) 바뀌려고 피똥 싸며 노력해야 하는 건가 싶은 거다. 위에도 인용했지만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사람의 본질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내가 아닌 무언가로 바뀔 수는 없다. 이해받기 위해 나 자신을 최대한 밀어붙일 뿐. 듣는 사람도 노력해서 어딘가 중간쯤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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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충동구매

스팸 무스비그릴드 치즈 라이스 버거를 만들어 먹고 싶어서 집에 반반미랑 현미가 합쳐 15킬로 정도 있는데도 급 흰 쌀 구매. 빨리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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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

백악관 프레스 브리핑을 보는데 기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같은 질문을 표현만 바꿔서 다시 묻는다. 이미 성명서가 나온 부분이나 앞서 브리핑에서 대변인이 미리 가드 해둔 부분을 기자들이 말만 바꿔서 자꾸 묻는 건 계속 찌르다 보면 뭔가 더 나올까 해서 그러는 건가? 제대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변인이 질의응답 중 제일 많이 반복한 단어가 'again'인 듯. 나라면 남들이 한두 번 시도해서 안 먹히는 걸 보면 질문 자체를 바꿔서 다른 걸 낚으려고 할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다. 

 

백악관 대변인 젠 사키는 확인 후에 다시 알려주겠다, 이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라고 일부 답변을 보류하기도 했지만 기자들이 대부분 뽑아둔 예상 질문을 벗어나지 않은 건지 차분하게 관련 자료를 뒤져가며 모범답안을 주는 듯한 인상이었다. 기자들이 반복해서 찔렀던 바이든의 경기 부양책을 둘러싼 여야 대립에 대해 상원에서 공화당 측의 지지표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그래서 결국 여당이 단순 다수결로 결의되는 예산 위원회를 통해 단독 통과시킨다면 바이든이 당선 전부터 표방해온 여야 화합이라고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결국 "I'll let you be the judge of that."이라고 깔끔하게 정리해버린 게 완전 쿨하다. 언니 멋져! 

 

이제는 옛날 이야기지만 작년 3월부터 한동안 점심시간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브리핑 라이브를 보는 게 '취미'였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주정부가 어떻게 대책 마련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주지사가 질문에 대답하는 태도나 내용을 관찰하는 것이 나름 재미도 있고 공부도 되어서. 피크일 때는 아침에 뉴욕 주지사 것도 챙겨보다 (덕후 본능 :) 어느 순간부터인가 코로나 대응에는 극적인 전개가 없고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될 뿐이니 관심이 자연 소멸해서 안 본 지 오래인데, 오늘 걸 재밌게 봐서 백악관 프레스 브리핑을 챙겨보는 나날이 한동안 이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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