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목요일이 추수감사절이라 월화수 휴가 쓰고 9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원래 쭉 쉬려고 하다가 다음 달 초에 마감이 있어서 수요일 하루만 휴가를 받았다. 오늘 하루는 정말이지 평화로움 그 자체. 명절을 앞두고 대부분 쉬는 분위기다 보니 이메일 양이 상대적으로 적고, 중요한 논의사항에 대한 메일도 거의 없다. 오늘 처리하려고 계획한 일은 물론이고 정해진 시일 내에 수료해야 하는 사내 정책 관련 필수 트레이닝 두 개도 끝내서 상쾌한 기분이다. 평소에는 계획한 일을 다 마치기는커녕 하루하루 할 일 목록이 더 길어져갈 뿐인데. 오래간만에 만끽하는 이 평화로움의 본질은 컨트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지는 사건사고, 여기저기서 밀려들어오는 문의와 요구사항들이 내가 계획한 대로 하루를 보내는 걸 방해한다. 내 나름 그날의 우선순위가 분명하게 있어도 조직 차원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안건이 생기면 바로 덮어쓰기 되어 버리고. 회의나 다른 것에 방해받지 않고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DNS: do not schedule)을 캘린더에 잡아두기 시작한 후로 내 시간을 컨트롤하는 힘을 꽤 회복했지만 그래도 허덕임은 계속 이어져왔다. 사건사고 없이 평화롭게 계획한 일을 마치고 덤으로 다른 것까지 한 오늘을 되돌아보니 하루 할 일을 확보 가능한 시간의 70~80% 정도로 계획하고 나머지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남겨둬야겠구나 싶다. 이름하여 비상 시간. 바로 적용 들어가야지. 늘 일이 밀리고 쌓이고만 있는 것 같은 이 느낌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