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네 번 하는 폴댄스 입문 수업 세 번째 수업 만에 같은 클래스 듣는 사람들 얼굴을 알게 되었다. 오늘부터 캘리포니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는데 비즈니스별로 마스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마스크를 들고는 가봤더니 스튜디오에서 백신 접종 카드나 그 밖의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해서 병원에서 친구랑 백신 접종 카드를 들고 찍은 인증샷으로 해결했다. 몸풀기 용으로 요가 매트를 깔고 앉아 기다리는데 낯선 사람들이 하나 둘 체크인을 하고 들어오는 거다. 그동안 눈빛만 알고 마스크 아래 얼굴은 적절히 상상으로 채워 넣었는데 마스크를 까고 보니 느낌이 정말 다르다. 처음 만나는 사람보다 더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는데 막상 클래스가 시작되어 같이 폴에 부대끼면서 땀을 뻘뻘 흘리다 보니 지난 두 번의 수업에서 함께 멍들면서 자라난 동지 의식이 금방 돌아왔다. 그 전에는 다들 '만지지 않는 습관'이 들어서 물건을 서로 건네받거나 하는 일이 없었는데 마스크를 벗고 나니 무의식 중에 뭔가 바뀐 건지 선반에서 가까운 사람이 수건을 꺼내 릴레이로 건네주기도 하고 좀 더 서로에게 '친절'해졌다. 알고 있던 '일상'으로의 복귀인데 '비일상'을 '일상'으로 지내온지 15개월이라 처음 겪는 것보다 더 어색하기만 한 거다. 이것도 부대끼다 보면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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