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 by Bird (6) 점심 도시락

한 달 동안 매일 쓰는 독서 일기 - 여섯째 날 
앤 라모트Bird by Bird (번역서: 쓰기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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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s the main thing I know about public school lunches: it only looked like a bunch of kinds eating lunch. It was really about opening our insides in front of everyone. Just like writing is." 

 

점심 도시락과 글쓰기의 공통점? 한참 글쓰기 이야기를 하다가 쌩뚱맞게 튀어나온 점심 도시락이라는 화제에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읽다보니 그럴싸하다. 초등학교 때 대부분 급식이었지만 도시락 싸 다니던 시절, 점심시간에 책상을 붙이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시락 뚜껑을 열고 서로의 도시락 반찬을 확인할 때 미묘한 긴장감 속에 알게 모르게 형성되는 권력 관계. 도시락에서 소시지와 햄 반찬이 빠지지 않았던 친구들이 점심 시간에는 인기가 많았다. 내 도시락은 멸치 조림이나 우엉조림, 동그랑땡 같은 반찬으로 채워져 있었다. 어렸을 때 난 남의 반찬에 별로 관심 없고 남이 내 반찬을 먹는 것도 달갑지가 않아서 그게 좋지도 싫지도 않고 그저 주변 친구들 도시락 반찬과는 다르구나하는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지금 돌이켜보면 어려서 가공식품을 많이 먹고 자라지 않아서 지금도 그다지 가공식품을 좋아하지 않고, 그래서 다행이다 싶다. 

 

"In general, come to think of it, when fathers made lunches, things always turned out badly. (중략) Also, everything was always falling out of the sandwiches fathers made. I'm not sure why."

 

이 부분은 읽으면서 계속 킬킬댔는데 옛날 옛적 엄마가 자리 비운 동안 아빠가 끓여준 라면이 생각나서다. 엄마 대신 아빠가 끼니를 대신 챙겨준 건 손꼽을 정도 밖에 없어서 아빠가 끓여준 라면을 내 평생 두어번 정도 밖에 안 먹어본 것 같은데 아빠가 끓여준 라면은 유난히 국물이 진한데다 (계란을 여러 개 풀었던 것 같다!) 면이 통통하게 우동처럼 불어있었다. 엄마표 정통파 라면과 너무 다른 맛에 아빠한테 왜 아빠표 라면은 다르냐고 물어봤더니 아빠는 이게 더 맛있는 거라고. 의도한 맛이든 아니든 아빠표 라면은 특별하다. 

 

그리고 샌드위치하면 한동안 빠져있었던 명탐정 코난 아무로 햄 샌드위치. 최근에 이 레시피가 나온 에피소드를 보고 맛이 너무 궁금해서 밀가루와 레드 미트를 몇 달 동안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흰 식빵과 햄을 사서 매 점심 마다 만들어 먹었는데 참 맛있었다. 이제는 만족해서 다시 밀가루도 레드 미트도 바이바이! 

 

 

언급된 작가, 책과 영화

- 나탈리 골드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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