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 by Bird (29) 출판

한 달 동안 매일 쓰는 독서 일기 - 스물 아홉째 날 
앤 라모트Bird by Bird (번역서: 쓰기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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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re not enough before the gold medal, you won't be enough with it." (...) Hours later, I remembered that if I wasn't enough before being asked to participate in this prestigious event, then participating wasn't going to make me enough. Being enough was going to have to be an inside job.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출판하면 완전해질 거라고 출판하면 돈이든 명예든 행복이든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데 앤은 그렇지 않아~라고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해준다. 

 

'XX 하면 행복해질 거야'는 부질없는 기대라는 걸 알기에 갈수록 그런 생각은 덜하는데 그래도 이번에 승진하면 '대체 왜 내가 이딴 식으로 일하는 인간보다 직급이 낮은 거야'하는 분노는 줄어들 거야... :) 

 

이 장에서 작가의 에고가 얼마나 소소한 일들에 부침을 겪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오늘 나의 하루가 그랬다. 이번 주는 7월 말에 새로 출시 한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에 대해 보고서를 쓰느라 바빴다. 8월 한 달 동안 어느 정도 데이터가 모였기 때문에 출시 후 첫 달 보고서로 9월 첫 주에 제출하면 깔끔한데 내일부터 연휴라 오늘 점심 즈음까지는 이메일로 보내야 사람들이 읽을 거라서 어제 그제 야근하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보고서 작업에 기여한 사람 수는 예닐곱 명에 달했지만 프로젝트 리드로서, 제품팀 담당자로서 전체상을 가지고 있는 건 나라서 적어도 이 첫 보고서는 본을 보여주는 의미에서도 내가 거의 모든 부분을 직접 썼다. 그렇게 정성을 쏟아서 점심때쯤 잘 빠진 보고서가 완성되었다. 나만 잘 빠졌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공동 작업자들, 몇몇 리뷰어들도 그렇다고 하니까 의기양양하게 내보내고 반응을 기다린다. 우리 VP가 칭찬 답장 보내주겠지? 사람들이 유용한 정보 고맙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답장하겠지? 회의가 이어져서 일단 메일함은 내버려 두고 회의에 집중한다. 회의가 끝나고 바로 메일함으로 돌아간다. 흠... 아직은 답장이 없군. 뭐 보낸 지 아직 한 시간 남짓이고 지금은 다들 이런저런 회의 중일 시간이니까. 어 그런데 보고서에 대한 답장은 아니고 Great job with the report 어쩌구 하는 제목의 메일이 와있다. 발신인은 최근 입사해 우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공동 작업자 중 한 명이다. 열어보니 자기는 아직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내가 이번에 쓴 보고서가 정말 유용하다며 그간 내가 회의를 주도하는 방식이나 회의록을 정리하는 방식이 좋고 도움이 된다며 제목 그대로 참 잘했어요~네 덕에 내 인생이 편해요 고마워요~하는 이메일이었다. 짜식 너 뭘 좀 아는구나... 훗. 8년 넘게 직장 생활하는 동안 한 두 마디 짧은 피드백 이메일이 아니라 이렇게 구구절절이 칭찬하는 메일은 처음 받아봤다. 당연히 내 코는 하늘을 찌르고! 보고서에 대해 기다리던 반응을 아직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초조함은 잦아든다. 오늘 내보내야 할 보고서가 하나 더 있어서 그것에 집중집중. 그래도 짬 날 때마다 라기보다는 짬 내서 한 번씩 메일함을 들여다본다. 두 시간 경과. 아직이네. 세 시간 경과. 아직이네. 다섯 시쯤 다른 보고서도 마무리해서 보내고 연휴 모드로 들어가기 전 이런저런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한 시간 후 여섯 시면 나는 칼퇴근할 거야. 그래 급한 불은 대충 껐고, 이제 여섯 시. 여전히 답이 없다. 뭐 내일부터 휴일이니 다들 급한 불 끄느라 바쁘겠지. 오늘은 간만에 버섯 듬뿍 넣어서 피자 구워먹으려고 했으니 일단 퇴근하고 저녁부터 먹자. 밥 먹으면서도 한 번씩 폰을 들여다 본다. 아직이냐. 거의 한 시간에 한 번 간격으로 들여다보는데 없어, nothing, nada... 불과 몇 시간 전 하늘을 찔렀던 내 코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 있던 그 자리, 늘 안경이 흘러내려 다시 올려줘야 하는 그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하루. 그래도 훈남에게 장문의 메일로 칭찬받은 날이다. 좋은 날이라고 하자. 

 

I finally smiled, remembering something I heard Ram Dass say on the radio once, about somebodyism - how most of us are raised to be somebodies and what a no-win game that is to buy into, because while you may turn out to be much more somebody than somebody else, a lot of other people are going to be a lot more somebody than you. And you are going to drive yourself crazy. 

 

현자다! 진짜 이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그래도 우리는 다 아등바등 이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출판을 하면 출판을 하는 대로 좋은 평을 받는 작가냐 아니냐 팔리는 작가냐 아니냐 새로운 레벨의 전장이 기다리고 있다.  

 

I said I was all over the place, up and down, scattered, high, withdrawing, lost and the midst of it all trying to find some elusive sense of serenity. "The world can't give that serenity," he said. "The world can't give us peace. We can oly find it in our hearts." "I hate that," I said. "I know. But the good news is that by the same token, the world can't take it away." 

 

모든 것은 마음 속에 있다. 아는데 그래도 종종 우아아아아아악하고 가슴속 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나오는 고함을 내지르고 싶다. 심호흡을 할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