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4. 언제 행복해?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2주째. 반은 숙제하는 기분으로 반은 노는 기분으로. 질문 목록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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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4. 나는 어떨 때(어떤 상태일 때) 행복을 느끼나요?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을 얘기해 주세요. 많이 많이.
- 통했을 때
굳이 말로 안 해도 손발이 척척 맞을 때든 서로 다른 곳에서 시작했더라도 긴 대화 끝에 접점을 찾았을 때든 누군가와 통한다는 건 짜릿하고 행복한 일이다. 가까운 예로, 지난주 사전 회의 후 오늘 프로덕트 매니저들과 진행한 회의가 미묘한 느낌이라 회의가 끝나자마자 회의를 함께 주도했던 리서치 매니저 G와 이야기를 나눴다. 회의에서 받은 전체적인 인상부터 참가자 중 한 명의 반응이 시큰둥하게 느껴졌던 것까지 서로 맞아 맞아~하면서 통했고, 그가 왜 그랬을까, 아마 그의 스타일 상 그가 기대했던 건 이러이러한 거였을 거라는 분석에서 다시 통했고, 이렇게 저렇게 대응하면 될 거라는 대책 마련에서 다시 통했고. G는 4년 이상 우리 팀에 있다가 2년 정도 팀을 떠났다 최근에 다시 돌아왔는데 난 전부터 G의 팬이라서 다시 같이 일하게 된 것도, 초장부터 말이 잘 통하는 것도 너무 기쁘다.
- 인정받을 때
칭찬이야말로 자기효용감의 자양분! 다들 너는 아직이라고 어렵다고 할 때 당당하게 미국 본사로 옮기는 것에 성공해서 급상승했던 자신감이 막상 원어민들에 둘러싸여 일하다 보니 대화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내가 시작했던 게 칭찬 이메일을 보관하는 라벨을 메일함에 추가한 것. 동료나 상사가 내가 보내는 업무 보고 이메일에 답장으로 칭찬해주면 라벨을 추가해두고 회사에서 언짢은 일이 있을 때나 자신감이 없을 때 그 라벨로 들어가서 이메일을 보면서 이게 내 실적이라고 내가 쓸모있다는 증표라고 나 자신을 북돋아 주고는 했었다. 요즘에도 그 라벨은 계속 사용하는데 라벨로 들어가서 예전 기록을 되돌아보고 하는 일은 많이 줄었다. 그새 내가 좀 크긴 컸나 봐.
-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들을 때
지난 시즌 중에 거의 매주 SF 심포니 공연을 보러다녔다. 주로 금요일 저녁 공연을 보러 다녔는데 그 한 주가, 그날 하루가 정말 힘들었어도 피로가 그야말로 한방에 날아가는 경험을 했다. 8시 공연 시작이니 보통 공연을 마치면 10시 반경이었는데 집까지 걸어서 돌아가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지난가을 시작한 올 시즌은 25년간 SF 심포니 상임 지휘자를 맡아온 마이클 틸슨 토마스의 마지막 시즌이라 정말 기대가 컸는데 아쉽게도 연초에 두 번 공연 본 걸로 마치게 되었네. 아무튼 첫인상이 최악이었던 샌프란을 내 고향 서울 못지않게 사랑하게 된 건 이 도시가 아름다운 걸 보고 듣고 싶은 내 욕구를 넘치게 만족시켜주는 게 큰 것 같다.
- 자유로울 때
혼자 집에서 막춤 출 때. 타고난 몸치라 발레 이외에 춤은 내 취미와 거리가 멀었는데 자가격리 중 운동량 보충 차원에서 '음악이 들릴 때마다 무조건 춤을 춘다'라는 룰을 정했더랬다. 들리는 음악이 밖에서 지나가는 차에서 흘러나온 음악이든 미드 오프닝이든 광고 음악이든 뭐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 그때 느끼는 흥과 해방감은 말로 다 표현 못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원하는 걸 얻었을 때려나. 소통. 인정. 미.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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