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긋기

언제부터인가 한 친구가 공통의 지인에 대한 험담을 내게 하기 시작했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동조해주기를 바라는 건가 싶기는 한데 실은 별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도 않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 동조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내 친구가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에 대해 마음이 쓰일 뿐. 최대한 이야기를 들어줄 뿐 반응은 하지 않았더니 잦아들었나 싶었는데 내가 전부터 추천했던 귀멸의 칼날을 보기 시작했다는 문자가 와서 어땠냐고 신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어째 이야기가 뜬금없이 험담으로 튀었다. 연락도 없다가 부탁할 거 생겼을 때만 또 연락한다고. 네가 다 받아줄 필요 없잖아라고 답했다. 내가 다 받아줄 필요 없다.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과 친구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는 건 같은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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