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응답

백악관 프레스 브리핑을 보는데 기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같은 질문을 표현만 바꿔서 다시 묻는다. 이미 성명서가 나온 부분이나 앞서 브리핑에서 대변인이 미리 가드 해둔 부분을 기자들이 말만 바꿔서 자꾸 묻는 건 계속 찌르다 보면 뭔가 더 나올까 해서 그러는 건가? 제대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변인이 질의응답 중 제일 많이 반복한 단어가 'again'인 듯. 나라면 남들이 한두 번 시도해서 안 먹히는 걸 보면 질문 자체를 바꿔서 다른 걸 낚으려고 할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다. 

 

백악관 대변인 젠 사키는 확인 후에 다시 알려주겠다, 이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라고 일부 답변을 보류하기도 했지만 기자들이 대부분 뽑아둔 예상 질문을 벗어나지 않은 건지 차분하게 관련 자료를 뒤져가며 모범답안을 주는 듯한 인상이었다. 기자들이 반복해서 찔렀던 바이든의 경기 부양책을 둘러싼 여야 대립에 대해 상원에서 공화당 측의 지지표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그래서 결국 여당이 단순 다수결로 결의되는 예산 위원회를 통해 단독 통과시킨다면 바이든이 당선 전부터 표방해온 여야 화합이라고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결국 "I'll let you be the judge of that."이라고 깔끔하게 정리해버린 게 완전 쿨하다. 언니 멋져! 

 

이제는 옛날 이야기지만 작년 3월부터 한동안 점심시간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브리핑 라이브를 보는 게 '취미'였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주정부가 어떻게 대책 마련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주지사가 질문에 대답하는 태도나 내용을 관찰하는 것이 나름 재미도 있고 공부도 되어서. 피크일 때는 아침에 뉴욕 주지사 것도 챙겨보다 (덕후 본능 :) 어느 순간부터인가 코로나 대응에는 극적인 전개가 없고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될 뿐이니 관심이 자연 소멸해서 안 본 지 오래인데, 오늘 걸 재밌게 봐서 백악관 프레스 브리핑을 챙겨보는 나날이 한동안 이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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