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모 스퀘어 근처에 있는 한 교회에서 대상자들에게 접종하고 남는 백신을 비대상자에게도 준다는 첩보를 입수해서 친구랑 백신 헌팅을 갔다. 캘리포니아에서는 4월 15일부터 만 16세 이상 성인 모두가 대상이니 그때까지 기다리는 수도 있는데 모두에게 열렸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예약 전쟁 때문에도 그렇고 꽤 엄격하게 지내왔던 지난 1년간의 피로가 급 몰려와서 빨리 맞아야겠다는 마음에 길을 떠났다. 친구의 친구가 지난주에 시도해서 성공했다고 해서 조금은 기대를 하고 갔는데 접수하는 사람이 오늘은 분량이 많지 않다는 거다. 일단은 이름을 남기고 알라모 스퀘어에서 점심을 먹고 저커버그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한 시간 남짓 수다를 떨면서 슬금슬금 걸어가 병원에 도착했는데 오오 생각보다 한산하다. 신원 확인하고 질의응답을 하고 나니 오늘 맞을 수 있단다, 오 마이 갓! 주삿바늘이 싫어서 한 방에 끝내주는 (그리고 베이비파우더로 친근한 :) J&J 백신이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화이자였다. 뭐든지 감사히 받겠습니다. 등록을 마치고 줄 서서 내 차례 기다렸다 주사 맞고 백신에 대한 이상 반응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15분간 대기하다가 3주 후인 다음 예약을 받아서 나오기까지 총 45분 정도 걸렸다. DMV의 지옥 같은 기다림을 경험해본지라 이건 뭐 껌값. 주삿바늘 들어가기 전에 먼 산을 보면서 긴장 타고 있었는데 거의 느낌 없이 끝났다. 나야 나 지금 들어가~하고 존재감 듬뿍인 독감 주사랑은 달리 자기주장이 거의 없는 코비드 백신 좋아 좋아. 15분 후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왔다. 오는 길에 첫 방 기념으로 치라시즈시를 테이크 아웃해서 어제 선물 받은 화이트 초코 딸기를 디저트로 곁들여 만찬을 즐겼다. 백신 맞고, 2만 보 넘게 걷고, 이보다 더 건강한 주말이 없네. 해피 이스터! 그야말로 부활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