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 by Bird (1) 들어가며

한 달 동안 매일 쓰는 독서 일기 - 첫날 

앤 라모트Bird by Bird (번역서: 쓰기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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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r the summer I came to know how they felt, when I read Catcher in the Rye for the first time and knew what it was like to have someone speak for me, to close a book with a sense of both triumph and relief, one lonely isolated social animal finally making contact."

 

처음으로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을 때 누군가가 나를 대변해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았다는 이 부분이 서문을 읽으면서 내가 받은 느낌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다. 분명히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해왔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연결되어 서로 통하는 그 느낌. '맞아 맞아 그거 뭔지 알 것 같아.'라고 수긍하면서 약 스무 페이지에 집약된 앤 라모트의 글쓰기 여정을 따라가는 것은 내게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앤은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아이들을 도서관에 데려가 다음 주에 읽을 책을 한가득 빌려돌아오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매일 새벽 5시반에 일어나 한두 시간 글을 쓰고 아이들에게 아침식사를 만들어주고 어머니와 함께 신문을 읽다가 다시 일하러 (글쓰러) 서재로 돌아가곤 했던 작가 아버지를 보고 자라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배웠다. 깡마르고 괴상한 외모 때문에 늘 괴롭힘을 당하고 겉돌다가, 선생님이 앤의 시를 반 아이들에게 읽어주어서 아이들이 앤이 운전하는 법이라도 배운 것처럼 우러러봤을 때, 그 시를 선생님이 대신 캘리포니아 주 대회에 응모해서 상을 받았을 때 앤이 느낀 짜릿함. 

 

어렸을 때, 집에 인형은 많지 않았지만 (사촌언니 집의 진열장에 예쁘게 쌍쌍이 자리 잡고 앉아있는 봉제인형들을 부러워했었다. 그때의 반동인지 아니면 그저 아직 마음이 젊은 건지(이쪽에 한 표!) 나는 요즘도 인형을 사모은다 :) 책은 정말 많았다. 아이들용 나지막한 책장 두 개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던 책들. (추억의 '월트 디즈니 그림 명작', '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펼치면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주는 이야기의 매력에 어려서부터 푹 빠졌었다. 언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몹쓸 기억력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많이들 그랬듯 초등학교에서 숙제로 나오는 일기나 독후감으로 주로 썼던 것 같다. 앤이 느꼈던 것과 같은 짜릿함은 같은 아파트의 또래 아이들과 들었던 독서 수업에서 썼던 글 몇 개가 선생님이 추천해서 어린이용 독서 교육책에 실렸을 때, 내 글이 제일 많이 실려서 다른 애들한테서 생각지도 않았던 질투를 받았을 때가 아마도 처음. 나 어쩌면 글을 잘 쓰나 봐라는 발견. 무엇이 되었든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는 순간은 의미가 있다. 

 

서문답게 이 책에서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 건지 예고해주는데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출판'이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자체가 주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처럼 꽤 진지한 이야기부터 책을 4권 출판할 때까지는 경제적으로 쉽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라든지, 자유로운 주말 뒤에 성난 삼촌처럼 찾아오는 월요일은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좋지 않다는 경험에서 나온 팁이라든지 짤막하게 서문에서 언급된 내용만 해도 흥미로워서 내일부터 본문을 읽는 게 기대된다. 

 

 

언급된 작가, 책과 영화

- 키에르케고르, 사뮈엘 베케트, 도리스 레싱 

- The Catcher in the Rye (호밀밭의 파수꾼)

- Moby Dick (모비딕) 

- Apocalypse Now (지옥의 묵시록) 

- Surprised by joy (예기치 못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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