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 베어 헌트

샌프란시스코를 걷다 보면 슈퍼마켓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곰돌이 모양 꿀(요런 아이들)을 모티브로 한 허니 베어 벽화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가정집 창문에 각양각색의 허니 베어가 등장했다. 알고 보니 허니 베어 벽화를 그려온 아티스트 fnnch가 코로나로 각종 외부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지난 5월 ‘허니 베어 헌트’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것이었다. 보통 500불씩 하는 전시 보존용 허니 베어 그림을 창문 유리에 붙이는 용으로 얇은 종이에 인쇄해서 18~20불 정도로 판매하고, 구매자의 주소를 공개 지도에 표시해서 사람들이 허니 베어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공유(#honeybearhunt)하도록 한 거다. 나도 최근에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고 알았는데 보그 코리아에서도 8월에 소개했네.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는 귀여움 이상으로 의미가 있는 건 허니 베어에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쓴 마스크 베어, 무지갯빛 프라이드 베어(LGBTQ), 'Black Lives Matter' 푯말을 들고 있는 Ally 베어, 그리고 오늘 새로 공개된 Vote 베어. 요즘 벌어지는 난리부르스를 보면 시의적절한 새 허니 베어의 등장이다. 그래, 투표권 있는 사람들아, 제발 투표 좀 해줘. 부탁이야. 


새로 판매 개시할 때마다 몇 분만에 완판 된다고 해서 나도 오늘 미리 예고된 공개 시각에 대기하다 곰돌이 한 마리를 입양했다.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기본이 집순이인 데다 인스타는 내게 너무 눈부신 존재(라고 쓰고 귀찮다고 읽는다)라 허니 베어 헌팅을 직접 할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이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체크 포인트를 하나 더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동네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조용하게 한 마디 던질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두근두근한다. 물론 이 귀염둥이가 내 창가에 있는 즐거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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