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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로 인해 우편 투표와 부재자 투표가 늘어나면서 (현재 9천6백만 명 이상 참여: 지난 대선 투표수의 70% 이상) 이례적인 ‘선거 시즌’을 보내고 있는지라 내일의 의미는 ‘선거일'이라기보다는 '투표 가능한 마지막 날'의 의미가 더 강하다. 우편 투표의 집계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집계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 결과 발표가 당일 바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미디어에서 미리부터 이야기하고 있는 데다 본인의 승리가 아닌 이상 선거 부정이 저질러진 것이니 승복할 수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고, 최근 대법원 공석을 급하게 보수파 판사로 채워 보수파 다수의 대법원을 구축해 선거 관련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든 자가 백악관에 있으니 ‘선거 시즌’이 과연 언제 끝날지는 끝나 봐야 알 일이다. 회사 사람 중에는 이번 주를 정신 건강 주간으로 지정해서 휴가를 받은 사람도 있는데 현명한 판단인 거 같다. 나는 지난주에 좀 일찍 쉬어버렸다, 이런.

 

제3자인 내가 보기에는 상식과 몰상식, 인간성과 비인간성, 과학과 억지의 대립이라 정답이 있는 문제인 것 같은데 사람들 제각각 자기만의 렌즈로 세상을 보니까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다. 어떤 연구에서 지난 대선 때 T의 지지자들에게 T가 공약대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부흥시킬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일부가 꼭 그렇지는 않은데 어쨌든 지금 세상을 다 뒤엎어버리고 싶어서 T에게 투표했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세상도 한 번 더 뒤엎으면 안 될까?

 

코미디언 콜린 조스트가 엊그제 SNL에서 이런 농담을 했다. 당신이 T를 좋아한다고 해도 지금쯤 분명 지쳤을 거라고. 새벽 4시에 "우리 이제 어디 가지?"라고 하는 그런 친구 기억하냐며. 당신이 ‘이거 재밌기는 한데 이놈이랑 계속 같이 어울리면 아마 난 죽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친구. 콜린이 자기는 이제 대리운전을 부를 준비가 되었단다. 너무 적절한 비유라서 빵 터졌다. 그래 이제 파티는 그만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내일 이후로 세상에 인과응보라는 게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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