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팀 내 여성 커뮤니티의 점심 모임 2020년 마지막 날이었다. 9개월 전 재택근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때 시작되어 격주로 만나서 스탠퍼드 여성 리더십 커리큘럼에 따라 강연 비디오를 함께 보고 토론하거나 두어 달에 한 번 꼴로 팀 내외의 리더를 초청해서 좌담회를 갖거나 했다. 팀 내 남초 현상이 심해서 (보다 근본적으로 업계, 회사 자체가 남초) 얼마 안 되는 여자들끼리 뭉치기 쉬울 것도 같은데 막상 계기가 없으면 꼭 그렇지도 않아서 이번에 총대를 메고 기획을 해준 4명의 발기인들이 고맙기가 그지없다. 덕분에 드디어 '커뮤니티'가 생겼어. 처음에는 직접 같이 일하지 않아 이름이랑 얼굴 정도만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온라인으로 서로 알아간다는 것에 불안감도 있었는데 남초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만의 동병상련이랄까 여자들끼리만 통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어서 생각보다 쉽게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다. 매번 만날 때마다 뭔가 새로 배우는 것이 있고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라서 올해를 통틀어서 아니 내 회사생활을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정기 회의가 되었다. 오죽하면 쉬려고 휴가 냈을 때도 이 점심 모임에는 들어갔을 정도다. 이 커뮤니티가 생기기 전에는 이런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렵게 보였는데 첫 단추만 끼우면 구성원들이 다 알아서 굴리게 되어있다. 다들 이런 걸 원하고 있었거든. 우리 커뮤니티의 1) 발기인들이 정기 일정과 각 모임의 주제를 정하고, 3) 각 모임의 리드는 커뮤니티 멤버가 자원하도록 해서 특정인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방식이 굉장히 유효했다고 본다. 남초 조직에서 고독한 여성 동지들에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시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