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존 올리버의 Last Week Tonight의 어제 방송분을 보고 나서 관련 영상 자동재생으로 넘어가 공개 망신 (Public Shaming)에 대한 2019년 방송분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더욱 유효한 주제라서 안타깝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미디어 상의 잘못된 정보로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받은 공개 망신의 희생자의 사례로부터 공인의 잘못된 행동을 공개 망신을 통해 수정하도록 촉구하는 선기능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군중의 분노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을 때 초래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후반부에 90년대 공개 망신의 대표 격인 모니카 르윈스키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20대 초반 철없던 시절 겪은 세계적인 굴욕을 딛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괴롭힘 반대 운동에 힘쓰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모습이 다시 봐도 인상적이다. 인터뷰 후반에 존이 모니카에게 이름을 바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냐는 질문을 했을 때 이름을 바꾼다고 달라지는 게 없었을 거라며 오히려 거짓으로 새 출발을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덧붙여 아무도 빌 클린턴에게는 그런 질문을 한 적 없었고 그는 이름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침 오늘이 여성의 날이라 이 부분이 특히 가슴을 쳤다. 여자라서 짊어져야 하는 짐들... 여성 동지들도 남성 동지들도 '과연 남자라면?'하고 바꾸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들이 여전히 넘쳐나는 2021년, 올해의 여성의 날 주제는 #ChooseToChallenge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선택에 대해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오명으로 인식되는 이름을 그대로 짊어지고 자신답게 살아가는 모니카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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