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집에서 그냥 이 옷 저 옷 꺼내 입고 혼자 패션쇼를 하고 놀다가 엄마가 재작년에 샌프란에 다녀가면서 선물로 사다준 짙은 녹색 벨벳 원피스를 꺼내봤다. 평소 잘 입지 않는 색에 바디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화려하면서도 성숙한 느낌의 옷이라, 즉 평소 내 스타일이 아니라 한 번도 빛을 못 보고 옷장 속에 대기 중이었다. 사실 엄마도 내 스타일이 아닌 건 인지하고, 나도 이제 나이 들었으니 이런 것도 입어 봐야지하는 마음으로 (더 구체적으로는 파티 갈 때 입으라고 :) 사온 건데 막상 입혀보니 좋게 표현하면 아직 때가 아닌 느낌이라 둘 다 '언젠가는 입겠지 아님 말고'하는 결론이었다. 그랬던 그 원피스를 오늘 꺼내서 입어보니 언니 옷 몰래 입었던 것 같았던 그 느낌이 안 든다. 괜찮아. 얼마 전에 친구랑 입사 9주년 기념으로 스시를 먹으러 갔을 때 찍은 투샷을 엄마가 엄마 친구한테 보여줬더니 평평한 얼굴족의 특권(?)으로 동안을 자랑해온 내가 이제 예전처럼 애기 같이는 안 보인다는 평이었다고 했는데 그건가.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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