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셋

어제오늘 분기별로 진행하는 리더십 리뷰가 있었는데 오늘 첫 세션 중에 발표자로 참석한 팀메이트 A가 채팅으로 말을 걸어서 지금 이 화상회의에 여자는 우리 둘 뿐이라는 거다. 내가 전체 진행을 담당하다 보니 꼭 참석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 참석했는지 빡빡한 시간표에 맞게 진행되고 있는지 세션별 회의록 작성 담당자들이 팔로우업이 필요한 주요 사항들을 제대로 기록하고 있는지 등등을 확인하고 관리하는데 정신이 없어서 A가 말할 때까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내가 참석하는 대부분의 회의가 남성 다수 상황이라 '소수의 여성 참석자'인 상황에는 익숙해졌지만, 참석자가 서른 명이 훨씬 넘는 회의에 여자 단 두 명으로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상황은 나름 오랜만이다. 예전 한 여성 리더십 포럼에서 여성 프로덕트 매니저 디렉터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본인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어떤 회의에 여자가 한 명 있으면 그 회의의 남자들이 그 사람을 '여성 대표'처럼 취급하고, 두 명 있으면 그 둘이 서로 친구일 거라고 같은 의견일 거라고 생각하고, 세 명 있으면 비로소 개개인으로서 대우한다는 거다. 반쯤 농담으로 일반화시킨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름 납득이 갔다. 이건 꼭 성별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는데 어쨌든 이 이야기에서 그 디렉터가 전달하고자 한 주된 메시지는 여성 동지가 여성 대표가 아닌, 여성 그룹도 아닌 개개인으로 대등하게 인식되고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성 문제를 인지하고 의식적으로 더 많은 여성이 자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자는 거였다. 우리 팀에서도 성별이나 인종 등 팀 구성원의 다양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그 덕에 여성 동지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리더십의 성비는 불균형한 상태다. 그런 점에서도 오늘 회의에는 담당 제품이 다른 관계로 참석하지 않았지만 시니어 여성 리더로서 활약 중인 우리 매니저가 더 고맙게 느껴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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