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NPR (National Public Radio)의 Up First라는 뉴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총 4명의 진행자가 번갈아가면서 매일 두 명씩 짝을 이뤄 '당신이 하루를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하는 뉴스'라는 콘셉트로 주요 뉴스를 핵심을 잡아 전달해주는 게 마음에 들어서 2년 넘게 애청 중이다. 뉴스 팟캐스트의 특성상, 그리고 15분도 채 안 되는 분량 상 군말이 별로 없는데 이번 주 방송분에서 색다른 일이 벌어졌다. 화요일 방송의 엔딩콜에서 여성 진행자 노엘이 방송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소개하면서 남성 진행자 스티브가 최근에 트위터 피드를 방어 중이고 DM도 열려있다고 한 거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변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 스티브가 웃으면서 'That is not true. That is not true'라고 반복해서 강조하면서 그건 정말 아닌데 그래도 누가 피드를 방어 중이든 트위터 계정은 열려있다고 마무리를 했다. 진지한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엉뚱한 소리를 하는 노엘이랑 불의타를 맞고 빵 터진 와중에 급하게 수습하는 스티브가 귀여워서 나도 아침부터 빵 터졌었다. 뉴스 듣다 기가 막혀서 나오는 헛웃음 말고 이렇게 제대로 웃은 건 처음인 것 같다. 공식 계정에서도 이 사건을 의식한 트윗을 했는데 나름 반향이 컸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요일 방송의 엔딩콜에서 노엘이 NPR의 다른 팟캐스트 정보를 찾는 방법에 대한 안내를 하는데 갑자기 스티브가 끼어들더니 '노엘한테 이메일 해서 물어보면 다 알려줍니다'라고 하는 거다. 벼르고 있었구나, 스티브ㅎㅎㅎ
이런 식의 아는 사람만 알고 웃는 인사이드 조크. 그리운 느낌이 든다. 매일 출근할 때는 사람들이랑 오며 가며 부대끼는 일도 많지만 소소하게 같이 웃을만한 일도 많고 그렇게 함께 하는 시간 속에 인사이드 조크가 생겨난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상회의가 주는 피로감 때문에 이메일을 우선으로 회의를 최소화하고, 회의를 해도 보통 일처리에 초점을 둔 거래적인 (transacational) 대화가 대부분이다. 인간적인 연결을 잃지 않기 위해서 버추얼 커피 타임 같은 팀 회의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정해진 시간에 별다른 용건 없이 화면의 모자이크 속 얼굴들을 바라보며 겹쳐 말하지 않게 타이밍을 봐가면서 잡담하는 건 영 내키지가 않는다. 준비실에 과자 가지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쳐서 이야기를 하고, 그러고 있는데 또 누가 커피 가지러 와서 지나가다가 끼어들고, 그런 자연스러운 연결이 오래된 신화 속 이야기처럼 아득하다. 가끔은 회사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