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새로운 국가에 출시하는 업무가 내 주요 담당 영역 중 하나인데 이 업무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골치가 아픈 한편으로 배우는 것도 많고 우리 제품을 더 많은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어서 좋아한다. 최근의 화두는 RTL. RTL이란 'right to left’를 줄여서 부르는 것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문자 내지는 언어(RTL languages)를 이른다. 대표적인 것이 아랍어와 히브리어. 대부분의 언어와 반대 방향으로 쓰기 때문에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시 그에 맞춘 조정이 필요하다. 내 업무를 진행하는데 새로 진출하는 지역의 언어 자체를 알 필요는 없고 그 언어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언어덕후 본능 때문에 궁금함을 못 참고 아랍어에 손을 대게 되었다. 손을 댔다고 해봤자 심각하게 파는 건 아니고 지난 주말부터 마이 러브 듀오링고❥로 하루에 레슨 하나 하는 거니 하루에 2~3분 투자하는 아주 가벼운 취미 생활이다. 아직 알파벳을 익히는 단계인데 대체 이런 걸 어떻게 그리고 어떻게 읽는 거지 싶었던 꼬불꼬불 지렁이 기어가는듯한 알파벳을 조금씩 익혀나가는 게 재밌다. 돌이켜보면 일본어의 히라가나, 가타가나 익힐 때도 이런 걸 어떻게 그리고 어떻게 읽나에서 시작했었다. 차이점이라면 역시 방향이 반대라서 시선을 의식적으로 돌려야 한다. 일본어 만화책을 보느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편인데 그래도 그건 세로쓰기고 알파벳 자체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는 건 또 다른 차원이다. 아무튼 이런 경험이 내가 익숙한 것들을 다 뒤집어엎고 다르게 생각하도록 하는 자극제가 되는 느낌이라 즐겁다. 시이타케 선생 말마따나 물고기자리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