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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16 Q8. 엄마 아빠 어딜 닮았어?
- 2020.07.15 Q7. 십 대 때 저항했던 것?
- 2020.07.14 Q6. 중고딩 시절 좋아했던 것? 2
- 2020.07.13 Q5. 어린 시절의 기억은?
- 2020.07.12 Q4. 이상적인 삶이란?
- 2020.07.11 Q3. 지금의 삶은 10점 만점에 몇 점? 2
- 2020.07.10 Q2. 매일 쓰는 30문답 왜 시작했니?
- 2020.07.09 Q1. 누구냐 넌? 2
Q8. 엄마 아빠 어딜 닮았어?
난 원래 팥을 안 좋아하는데 요즘 무척이나 팥이 땡긴다. 팥 앙금 떡, 모나카 이런 게 너무 먹고 싶어. 엄마가 그건 나이 든 증거라며. 부정할 수가 없다... 결국 팥앙금이 든 쑥개떡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 내일 온다!! 질문 목록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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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8. (나이가 들며) 점점 부모님을 닮는다고 하죠. 당신은 어머니, 아버지의 무엇을 닮았나요? (닮아 가나요? 혹은 닮고 싶나요?)
아빠와 나
- 얼굴: 웃을 때 눈매랑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특히 판박이라고. (아빠 닮은 딸이 잘 산다고!)
- 가는 반곱슬 모발과 적은 머리숱: 엄마가 이건 날 닮았어야 했는데 하고 아쉬워 한다. 동생은 엄마 닮아 참 머리에 숱도 풍성하지만, 난 여자 대머리 걱정 중.
- 사람 좋아하고 퍼주는 성격: 엄마가 아빤 대한민국 사람 절반이 친구라며. 나는 아빠의 그런 사교성을 닮진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려고 하는 점은 닮았다. 난 나이 들며 좀 더 타산적이 되었달까 자기 보호 차원에서 예전만큼 퍼주지는 않고 내 기준으로는 좀 깍쟁이가 되어가는 중.
- 긴~ 가방끈과 배우는 걸 좋아하는 것: 회사 생활하면서 석사만 세 개를 따고 결국 박사까지 딴 우리 아빠. 은퇴 후에도 부지런히 서예, 국선도 등등 바쁘게 배우러 다니신다. 나도 가방끈 하나는 참 길고 (석사 하다 뒤늦게 공부가 내 적성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박사 따고 교수가 되겠다는 꿈은 접었지) 이런저런 강좌나 세미나 듣는 게 취미다. 어떤 의미에서는 뭘 배웠냐 보다 뭔가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배움에 대한 허기, 뭐든 배워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욕망.
엄마와 나
- 옷 좋아하는 것: 이제는 공간이 없어 그만 산다 그만 산다해도 옷가게는 그냥 못 지나가는 모녀. 참새 방앗간.
- 예술을 사랑하는 것: 엄마는 예전에 취미로 유화를 그렸고, 집에는 화집이 잔뜩 있었다. 난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면서 마티스 화집을 그림책 보듯 (그림책은 그림책이지) 뒤적여 보고 있었지. 내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는 파리 여행 중에 오르세 미술관에서 르누아르 그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던 것.
- 야구 좋아하는 것: 모태 자이언츠 팬. 서울에서 나고 자라 사직 구장에서 야구 본 건 일본 유학 전에 엄마랑 둘이 부산 여행 갔을 때뿐인데 봉다리 뒤집어쓰고 같이 응원했던 건, 그리고 이겼던 건 지금도 좋은 추억. 또 가고 싶다.
- 미적 센스: 솔직히 난 내 미적 센스가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그건 우리 엄마한테서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 (옷 사랑, 예술 사랑의 연장선 상) 둘 다 미적 센스가 엉망인 사람에 대한 참을성이 부족한 것도 비슷하고. (차라리 센스가 없는 건 괜찮다) 둘 다 비주얼 한 사람이라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은 것뿐!
아빠 엄마랑 나
- 오른발은 아빠, 왼발은 엄마, 사이좋게 한쪽 씩 발가락이 닮았다! 우리 엄마가 나를 낳았을 때 어째서인지 의사 선생님이 나를 바로 엄마한테 보여주지 않아서 엄마는 마음 한 구석에 아기가 바뀌지는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예전에 그런 설정의 영화가 있었는데, 아기가 병원에서 바뀌고 낳은 정 vs 기른 정) 심지어 난 아기 때 워낙 못 생기고 (작은 고모가 나를 처음 보고 '오빠 애가 왜 이렇게 생겼어요?' 했다지) 아빠 엄마 둘 다 안 닮았다는 평판(아빠랑 있을 때는 엄마 닮았나보다, 엄마랑 있을 때는 아빠 닮았나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지)이었는데 발가락 생긴 게 내가 우리 아빠 엄마 딸이라는 증거! 김동인이 말한 거랑은 다른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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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십 대 때 저항했던 것?
이번 주는 계속 퇴근이 늦었네. 내일은 칼퇴근할 거야! 질문 목록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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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7. 질풍노도의 시기(10대) 나는 누구를/무엇을 저항했나요? 왜 그랬나요? 지금 생각하니 어떤가요?
어제도 말했듯이 나는 범생이었고, 싸우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고, 규율이나 규범의 존재가치를 믿었기 때문에 무언가에 저항했던 기억은 딱히 없다. 굳이 말하자면 평범함에 저항했달까. '나는 남들과 달라'라는 의식이 중요했던 것 같다. 공부나 취미나 내가 보낸 십 대의 좁은 세계 안에서 내 주변의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내 자존심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지금은 '평범한 삶'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뼈 아프게 알고 동경하지만, 이미 평범함의 궤도를 훌쩍 벗어났기 때문에 '안 평범함'을 향해 계속 질주 중. 마이웨이(´・ω・`)
아득한 먼 옛날 일이고 기억력은 절대 내 강점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중요한 걸 망각하고 있거나 미화된 기억일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엔 세상사 훨씬 말이 되고 저항해야할 부조리함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십 대의 나에게 부조리함이란 이랬다 저랬다 하는 대입 제도 정도? 단순히 내가 의식이 낮았던 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때는 걱정할 거리도 제한되어있었고 (그렇다고 힘들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내 인생 끝났다고 절망했던 적도 있었어. 물리 시험에서 사상 최악의 점수를 받았을 때ㅡㅡ;;)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었다.
지금은... 울타리 밖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와서, 나의 상식이 너의 상식이 아니고 가스라이팅 만연한(T 모) 부조리로 가득한 시대를 살면서 저항해야 할 대상이 너무 많다. 지금도 나는 운동가는 아니고 소시민. 문제가 뭔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읽고 듣고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려고 노력하며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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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중고딩 시절 좋아했던 것?
월요병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오늘은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집중해서 빡시게 보람차게 일했다. 호르몬 때문에 컨디션은 계속 별로인데 머리가 멍한 와중에 오늘도 애썼다, 장하다 나! 질문 목록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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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6. 어제는 (머나먼) 어린 시절을 살폈구요. 오늘은 중/고딩 시절을 생각해 봐요. 어제 보단 쉽죠? 자아가 켜켜이 쌓이던 시기. 나는 누구를/무엇을 좋아했나요? 왜 좋았나요?
십 대에 세기말을 경험한 덕에 중2병을 제대로 앓았다. 다만 나는 범생이였기에 (요즘에도 이 말을 쓰나??) 티 안 나게 조용히 앓았던 편이지.
- 클램프 X: 세기말x중2병 폭발! 무수한 떡밥을 남겨두고 연재 중단한 애증의 작품. 제일 좋아했던 캐릭터는 도쿄 바빌론과의 연장선상에서 스바루. 스바루랑 세이시로의 얽히고설킨 애증의 관계는... 새삼 맘 아프네ㅠㅠ
- 에반게리온: 처음 에반게리온을 접했을 때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였고, 파더콤이 심했기 때문에 (참고로 우리 아빠는 이카리 겐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냥하고 좋은 아빠임. 바빠서 함께 한 시간이 적었을 뿐) 신지한테 제대로 감정 이입했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 멍멍이를 신지라 명명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난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을 기다리고 있다...!
-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고등학교 때 무려 방과 후 활동 '논술반' 선생님이 소개해주셔서 봤던 애니.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했던 허영덩어리 유키노에게 무한 감정이입을 하며 봤었다. 입학시험 필기성적은 같은데 같은 계열 사립중학교에서 올라왔던 아이에게 밀려 억울하게 고교 데뷔에 실패했던 사정도 있어 초반 유키노와 아리마의 경쟁구도도 흥미진진했다. 다만 난 여고에 다녔기 때문에 내게는 경쟁 끝에 사랑을 얻은 유키노와 같은 드라마는 없었다는 게 함정.
- 왕가위: 왕가위 영화에 빠져 있었던 게 (그래봤자 타락천사, 중경삼림 딱 두 편 봤다. 등급 상 보면 안 되는 연령이었는데 우리 부모님은 그런 면에서는 개방적이셨지) 내 중2병의 절정이었던 것 같다. 무슨 내용인지 알듯 말 듯 애당초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한 영화를 있어 보이는 스타일이 너무 좋아서 왕가위 감독을 숭상했었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그 당시의 나도 몽상가이면서 현실주의자라서 좀 더 현실적인 '의사'라는 장래희망도 공존했다.
- 프리미어: 용돈을 아껴서 영화잡지 프리미어를 매달 사서 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우마 서먼이 표지로 나왔던 호.
- 자우림: CDP(!)로 자우림 CD를 무한반복해서 들으며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윤아 언니를 무척 좋아하고 동경했었다.
- 언어영역 모의고사 위로 넘기는 문제집: 내 사랑 언어영역! 국어, 영어, 불어, 언어 관련 모든 과목이 가장 자신 있고 많이 사랑해서 (내 뇌 구조가 문과라는 신호가 그렇게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2까지는 의대 지망으로 이과였다) 고3 때 위로 넘기는 형태로 제본된 언어영역 모의고사 문제집을 취미 생활하듯 늘 붙들고 있었지. 지문으로 나오는 내용이 재밌다고 느꼈던 것 같다. 점수가 잘 나오는 게 즐거웠고.
- 불어 선생님: 고1 때 총각 불어 선생님을 짝사랑했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제2외국어 선택이 불어 밖에 없었기 때문에 괜한 반항심에 처음에는 불어를 공부하기가 싫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청명한 목소리로 불어 알파벳송(아베쎄데으에프제♬)을 가르쳐주셨을 때부터 불어 선생님과 불어에 빠져들었다. 선생님 잘 지내시나요??
예나 지금이나 좋아하는 건 많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끝없이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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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어린 시절의 기억은?
엊그제 7월을 맞이한 것 같은데 벌써 중순?! 시간이 너무 잘 간다... 질문 목록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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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5. 내 기억 속의 어린 시절. 무엇이 떠오르나요? 좋았던 것들, 별로였던 것들. 생각나는 것들을 얘기해 주세요.
내 첫 자전거. 빨간색 두발자전거. 아빠가 뒤에서 잡아주고 밀어주면서 자전거 타기를 배웠던 기억. 흔한 경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는 세발자전거, 네발자전거를 거치지 않고 두발자전거로 처음 자전거를 탔다. 다들 겪었을 법한, '뒤에서 잡아준다'라고 해놓고 내가 혼자 달릴 수 있도록 어느새 놓아버린 아빠 덕에 여러 번 넘어지고 울고 짜고 하다가 결국은 타게 되었지. 연거푸 넘어질 때는 두발로 균형을 잡는 게 불가능해 보였는데 어느 순간 마법처럼 균형을 잡았고 이제는 더 이상 넘어지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 항상 바빠서 늘 집에 늦게 들어왔던 아빠랑 함께 했던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빠와의 기억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빠한테 자전거를 배웠던 기억에 꼬리를 물고, 아빠한테 장기를 배웠던 기억, 중국 영화를 좋아하는 아빠랑 비디오 대여점(아... 추억 돋는다)에서 삼국지 시리즈를 빌려다 봤던 기억이 떠오르네.
그리고 엄마가 만들어준 호두 파이. 정말 맛있었는데. 얼마 전에 엄마랑 전화로 옛날이야기를 하다가 그 옛날 그 호두 파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엄마가 그 레시피를 잃어버렸다고 아쉬워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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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이상적인 삶이란?
오랜만에 늘어지게 낮잠 자고 일어나서 오늘의 주제는 뭘까 오늘은 어떤 글을 쓰게 될까라는 기대감에 노트북을 여는 토요일 저녁. 질문 목록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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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4.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은 어떤 것인가요? (그때의 상태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세요)
Serenity Prayer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삶.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려는 용기를 가지고 행동하고, 그 둘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그렇게 살면 안 그래도 고통 충만한 삶에서 불필요하게 고통받는 일은 피할 수 있겠지. (Suffer less)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
가만히 앉아 불평만 늘어놓고 있거나 피해자 의식으로 자기 연민에 빠져있는 건 이제 그만. 그러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다. 내 몫을 하고, 그 결과는 내 손을 벗어난 것이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살아가고 싶고, 그렇게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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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지금의 삶은 10점 만점에 몇 점?
퇴근길, 영화관에 들러 영화 한 편 보고 집에 왔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리운 금요일 밤 (자가격리 네 달째) 질문 목록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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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당신은 지금의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나요? 10점 만점에 몇 점인가요? 왜 그 점수인가요?
10점 만점에 8점.
딱히 부족함 없이 하루하루 건강하게 즐겁게 만족하며 살고 있다. 이 만족감은 지난 2월에 일생일대의 충동구매로 (그리고 나는 빚더미에 앉았다 :) 내 집을 마련하고부터 더 분명해졌다. 10년 전에 집 떠나 바다 건너에서 월세 생활을 하면서 항상 가슴 한구석에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는데 내 집이 생기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내 웰빙에 영향을 끼쳐왔는지 깨달았다. 내 집은 나의 성역. 내 집 지붕 아래 안전하게 보호받는 이 느낌...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로 따지면 (이제야) 기본 두 욕구가 충족된 거지. 내 인생에서 정말 끝내주는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몇 번 있는데 내 집과 만난 그 순간도 바로 그랬다. 판매자 제시 가격이 내 예산 바로 목 밑이라서 큰 기대 안 하고 구경 갔는데 처음으로 딱 느낌이 왔어. '바로 이거야, 이게 내 집!' 어쨌든 그 후 우여곡절 끝에 오퍼 경쟁에서 이기고, 클로징하고, 이사하고, 곧 새집에 정착하는 거 도와주러 부모님이 한국에서 오시고, 다 정리되고 나서 부모님이 한국에 돌아가신 후에 자가격리 생활이 시작되었다... 매일매일 꿈만 같은 이 느낌은 4년 전 샌프란으로 옮겨왔을 때의 '곧 죽어도 좋아'라는 그 감각이다.
근본적으로 내향적인 성격인데다 (지금은 그간의 미국회사 생활 덕에 꽤 외향적으로 변했지만) 원래 인도어 파라 자가격리 생활을 불편함 없이 하고 있고 (트레버 노아가 'I'm made for social distancing'이라고 했을 때 공감백배), 재택근무로 매일 세 시간에 달하던 통근시간을 되찾은 덕에 '퇴근 후 병든 닭' 생활에서 탈피해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걸 하며 지내고 있으니 매일이 즐겁다.
자가격리 생활이 시작된 이후 생존 보고 차원에서 전보다 더 부지런하게 가족과 연락하면서 전에 없이 우리 가족과 연결되어있는 느낌이고.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걸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지지만 그래도 지금은 당장 오늘 멀리서나마 무언가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회사 생활도 나를 전적으로 지지해주고 신뢰해주는 매니저가 있고, 배울 점 많고 마음 맞는 동료들이 있고, 담당하는 프로그램들도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 이렇게 골고루 섞여 있고, 불평할 게 없다. 만족! 힘든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 업무 스트레스, 사람 스트레스를 계속 받기는 하지만, 작년 여름 8년 회사 생활 처음으로 인격 모독을 동반한 본격 정치를 경험하고 나서 (그리고 그 싸움에서 나는 당당하게 승리했지! 음화화) 그리고 한때의 웬수이자 지금의 정신적 지주인 프로덕트 매니저 M과 인간 대 인간으로 통하고 나서 눈에서 비늘이 떨어진듯 시야가 트여서 전보다 여러 가지가 더 쉽게 느껴진다.
남은 2점... 예전 같으면 내가 XX를 얻게 되면, YY하게 되면 '행복해질거야'라고 늘 '결핍'의 관점에서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은 덜하다. 오랜 숙제 같은 '진짜 내짝'은 여전히 찾고 있지만, 그날이 온다고 완전해질 것 같지는 않는다고 할까. 지금 나는 내 삶에 만족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좋아질 '여지'가 있다는 그런 마음에 가까운데, 알랑가 모를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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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매일 쓰는 30문답 왜 시작했니?
게으름뱅이인 데다 '꾸준함'은 내 강점이 아니라 일단 이틀 연속으로 쓴다는 데 나 자신에게 박수를!! 질문 목록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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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2. 30일 동안, 삶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을 받고 그에 답하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에 왜 참석을 하셨나요? (어떤 걸 기대하나요?)
지난 달에 프로젝트에 참여한 친구가 권해줘서 알게 되었는데 질문 목록에 자아발견의 관점에서 내가 곧잘 생각하는 질문들뿐만 아니라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들도 있는 게 흥미로웠다. 친구의 문답을 재밌게 읽다 보니 나라면 어떻게 답할까 궁금해졌고.
외국인 노동자 생활이 길어지면서 우리말로 글 쓰는 일이 거의 없어져서 내 국어 실력에 대한 위기의식이 생겼던 것도 한몫했다. 뭐라도 써서 회복하지 않으면! (예전엔 나름 글도 좀 쓸 줄 알고 우리말 완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ㅠㅠ)
그리고 물론 딸린 식구 없이 자가 격리 중이라 남는 게 시간인 것도 한몫했지... (어느덧 점점 취미가 늘어나 나름 바쁨)
아무튼 이 문답을 하면서 너는 누구냐는 질문에 좀 더 자신있게 잘 대답할 수 있게 되었으면, 예전의 국어 실력을 회복할 수 있었으면,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 덤으로 누군가가 내 글을 재밌게 볼 수 있다면 좋겠고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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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누구냐 넌?
글이 쓰고 싶어서 다시 블로그를 해볼까 하던 차에 친구의 추천으로 매일 쓰는 30문답으로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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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한달 동안 함께 할)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의 지금을 소개해 주세요. 어떤 사람인가요. 많을수록 좋아요!
- 20년 넘게 살면서 해외여행도 거의 안 해본 순토종 한국인에서 어쩌다 대학원 유학길에 올라 여차저차하여 코스모폴리탄...은 아니고 그냥 외국인 노동자 (삶의 애환을 느끼셨다면 제대로 읽으셨습니다 :)
- 어느새 세대차이를 느끼며 '요즘 젊은 것들은 ㅉㅉ'라면서도 '나도 밀레니얼...!'이라는 남모를 안도감에 한숨 쉬는 회색분자
- 나름 남들이 부러워하는 프로필을 가지고 있지만 자존감이라고는 쥐뿔도 없었는데 수많은 삽질과 훈련을 거쳐 진화중
- 빌딩숲을 사랑하는 서울쥐: 특히 밤에 반짝이는 빌딩숲을 매우 사랑❥
- 지금의 독신생활을 매우매우 즐기면서도 혼자 죽을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
- '취미가 너무 많아 무취미'라는 명언을 누군가가 남겼는데 그에 가까운 1인: 좋아하는 게 많은 게 뭐가 나빠!
- 20대부터 이미 치매가 찾아온 것 같은 몹쓸 기억력 (어째 울 엄마가 나보다 내 일을 더 잘 기억하심;;) 그래서 더 기록이 중요
- 말도 안 되는 백일몽을 즐기는 몽상가지만 묘하게 현실주의자
-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퍼주는 타입: 달라고 안 해도 퍼주다가 제풀에 지치거나 삐졌다가 곧 다시 회복하고 퍼줌
- 이제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보다는 '덜 고통받고 싶다(suffer less)'는 마음
지금 생각나는 건 이 정도. 묻는 건 쉬운데 답하는 건 정말 어려운 질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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