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무도회

코로나가 시즌을 다 말아먹는 바람에 공연 업계에서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 중인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도 Opera is on이라는 기획으로 예전 공연 영상을 한정 기간 기부금 모집을 겸해 무료 공개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Un ballo in maschera: A Masked Ball)가 공개되었다. (캐스트 | 시놉시스

 

가면 무도회는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가 가면 무도회에서 암살 음모로 총에 맞아 살해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3막 1장의 5중창. 왕과 아내 아멜리아의 밀회에 대해 알게 된 백작이 왕의 암살을 계획하던 다른 두 백작에 합세해 복수를 다짐하고, 그 계획을 눈치챈 아멜리아가 절망에 빠져있는데 왕의 시종 오스카가 가면 무도회 초대장을 가지고 오는 장면이다. 살기등등한 세 남자는 가면 무도회에서 암살을 결행할 것을 노래하고, 아멜리아는 가면 무도회가 장례식으로 바뀔 거라며 절망을 노래하고, 오스카는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가득할 즐거운 가면 무도회에 대한 기대감을 노래한다. 아멜리아와 세 남자의 사이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신난 오스카의 모습이 그 장면의 긴장감을 더한다. 같은 시공간에서 서로 다른 것을 마음에 품은 사람들. 극단적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현실의 단편을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보는듯한 느낌이다.

 

사랑하는 아내과 친구의 배신에 번민하는 백작 역의 토마스 햄슨의 연기가 좋았다. 왕과 아멜리아는 케미가 아쉬웠다. 번민은 그렇다 쳐도 사랑이 안 느껴지니. 몇 주전 공개된 토스카에서는 카바라도시 역의 브라이언 제이드가 토스카를 정말이지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봐서 나도 같이 사랑에 빠진 기분이었는데.

 

다음 주말에는 무소륵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Boris Godunov)가 공개될 예정이다.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건 늘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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