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이 일어나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말차로 아침을 시작했다. 이미 시작된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에서 계획한 대로 디지털 피아노를 사고, 점심에는 추수감사절 기분 낸다고 칠면조 대신 시킨 치킨 파이에 크랜베리 소스를 올려 먹고, 친구들과 문자로 추수감사절 인사를 주고받은 것 말고는 일상 그 자체. 냉동 치킨 파이를 조리법대로 오븐에서 90분간 굽고 오븐을 열어보니 치킨 파이가 폭발해서 속에 든 그레이비소스가 터진 부분으로 흘러나와 오븐 바닥에 눌어붙은 사고가 있었지만, 모양이 엉망이 된 파이는 여전히 맛있었고, 이번 기회에 오븐 청소를 한 번 해야지 하고 생각하니 별 거 아니다. 꽤 진지한 이야기도 어색함 없이 나눌 수 있어 좋아하는 친구 E가 추수감사절 인사 문자를 주고받는 중에 오늘 감사 목록을 쓸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시의적절하다. 나는 온 가족이 건강한 것, 명절 인사를 주고받을 친구가 있는 것, 재택근무할 수 있는 것,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즐길 수 있는 경제적 여유, 대선 결과, 백신 소식들, 그리고 최근의 사건사고라고 해봐야 파이가 폭발한 것 정도인 이 평화로움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