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후에 품절되는 바람에 못 먹어서 한 맺혔던 몽블랑 케이크를 다시 주문해서 오늘 받았다! 공장 대량 생산 케이크지만 살짝 오렌지 향이 나는 마론 크림이 부드럽고 적당히 달달해서 나쁘지 않았다. 군밤으로 대신 채울 수 없었던 그 아쉬움은 채웠어. 일에 찌든 금요일 밤의 지친 영혼을 살짝 들어주었어.
몽블랑 하면 도쿄에서 학교 다니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 시절 룸메 언니가 빵순이라서 언니가 먼저 검증한 맛있는 빵, 맛있는 케이크를 같이 즐길 기회가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몽블랑이 단연 내 1순위였다.
먼저 당시 같이 살던 집 근처 케이크집 세레네의 초코 몽블랑. 초코 크림 속에 숨은 마론 크림을 스푼으로 함께 들어내어 입에 넣었을 때 혀 끝에 와 닿는 그 두 층의 절묘한 조화. (침 나온다) 맨 아래에 버티고 있는 적당한 두께의 쿠키층의 바삭한 식감과 크림 또한 잘 어우러져서 마무리 역시 최고다.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소소하게 같이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그야말로 쓰레빠 끌고 나가서 사들고 돌아와 함께 즐겼던 초코 몽블랑 타임.
그리고 지금은 폐점한 오모테산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솔 레반테의 몬테 비앙코. 마론 크림을 살포시 덮은 생크림, 오랜만에 봐도 아름다워. 얘도 제대로 얼굴값했지. (또 침 나온다) 오모테산도까지 마실 나가는 건 미리 계획해서 작정하고 나가는 거라 우리는 초코 몽블랑 타임 때보다 훨씬 더 예쁘고 세련되었고, 그래서 몬테 비앙코 타임은 또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몇 년 전 솔 레반테 폐점 소식을 들었을 때 꽤 충격이었다. 좋아하는 메뉴가 있는, 추억이 깃든 장소가 사라지는 건 정말 아쉽다. 1989년 창업해서 이제 서른이 넘은 세레네는 아직 건재한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는 결혼해서 이사했지만 여전히 도쿄에 사는 언니랑 같이 몽블랑 타임을 갖는 그날은 언제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