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어느새 가슴께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었다. 이쯤 내려오면 보통 다시 어깨선 정도로 자르는데 장 보러 슈퍼에도 안 가는 사람인지라 (내 사랑 아마존 프레시❥) 머리 자르러 미용실 갈 예정은 당분간 없다. 이 기세라면 연말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머리카락이 워낙 가늘고 숱도 없어서 머리가 너무 길면 오히려 더 없어 보인대서 그렇게 길게 머리를 길러본 적이 없는데 과연 어떨지.
회사 다닐 때는 주로 머리를 풀거나 포니테일을 했는데 집에 있으면서 일종의 변덕으로 머리를 땋거나 로우번(아래로 묶는 똥머리)을 자주 하게 되었다. 머리를 땋으면 괜히 공주님 기분이 들고 로우번을 하면 괜히 승무원 내지는 발레리나 기분이 들어서 자세가 더 꼿꼿해진다.
집에 갇혀서 머리를 길게 길러 땋고 있자니 라푼젤이 생각난다. 걔는 마녀 때문에 갇혔던 거고 나는 반자발적으로 갇힌 거라 매우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만. 내가 만약 라푼젤이었다면 머리숱이 너무 없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심하게 부드러워서 마녀든 왕자든 내 머리채를 잡고 탑을 오르는 게 쉽지 않았겠지. 아니 다 올라오기도 전에 얼마 없는 머리카락 다 뽑혀서 나는 대머리가 되고 마녀는 추락사하는 완전 다른 이야기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