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그 후 2

2차 접종을 하고 왔다. 주초부터 일기예보를 보고 알고 있었지만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오고 쌀쌀해서 예약만 아니었으면 집에 붙어있고 싶은 날이었는데 사람 맘이 다 비슷한 건지 병원이 한산해서 거의 안 기다리고 주사를 맞았다. 주삿바늘 들어가는 것도 약물이 들어오는 것도 거의 안 느껴졌던 1차 접종에 비해 2차 접종은 확실히 주사 맞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독감 주사보다는 덜 한 느낌이라 간호사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독감 주사 주삿바늘이 더 길단다. 오호. 더불어 같이 간 친구의 파트너가 오늘 1차 접종을 하면서 간호사에게 팔 대신 다리에 놔달라고 했는데 근육량이 적은 팔쪽에 놓아야 효과가 좋기 때문에 다리에 놓을 수는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별로 안 궁금했지만 듣고 보니 그렇구나 싶은 의학 정보를 두 개나 얻었다. 

 

한 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슬금슬금 걸어 돌아오는 길에 같이 갔던 친구들과 헤어져서 옷가게에 들러 온라인으로 봐 둔 청바지도 입어보고, 장 볼 것도 없으면서 괜히 홀푸즈에 들어가서 한 바퀴 돌고 나왔다. 그게 뭐 별거냐 싶을지 몰라도 바다 건너에서 혼자 아픈 것에 대한 극도의 공포감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느라 장도 온라인으로만 보고 운동하러 나가는 것 외에는 꼭 필요한 볼 일이 있을 때만 나가는 생활을 1년 넘게 해와서 내겐 나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1차 접종 후에는 기념으로 치라시즈시를 테이크 아웃해다 먹었는데 오늘은 좋아하는 슈크림 가게에서 슈크림을 사다 먹었다. 2주 지나면 계획했던 대로 스레딩 살롱에도 가야지. 짱구 눈썹이여 안녕! 

 

주변에 2차 접종 후 심한 두통에 시달리거나 몸살을 앓은 사람들이 꽤 있어서 걱정했는데 주사 맞은 곳의 근육통과 머리가 약간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 외에는 아프지 않아서 한시름 놓았다. 혹시나 싶어서 내일 휴가를 받아놨기 때문에 고질병인 월요병 증상도 없고, 올롸잇! Languishing하는 중이라 대단하게 신나고 즐거운 건 아니지만 어쨌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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